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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法臺에서

    준비서면과 라스트마일(Last mile)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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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마일(Last mile)이란 원래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거리를 뜻하나, 산업계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와 만나는 최종 접점을 의미한다.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접점은 라스트마일에 있으므로, 라스트마일을 장악한 업체가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그런데 라스트마일의 성패는 그 수요자인 소비자의 만족도에 달렸다. 통상 사용되는 새벽배송회사들이나 SNS서비스인 카카오톡과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러한 라스트마일에서 소비자 만족도의 혁신을 가져와 관련 산업을 장악한 업체라 말할 수 있다.


    송무업계에서는 변호사들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이 바로 라스트마일이다. 준비서면을 작성할 때, 그 소비자인 판사가 어떻게 자신의 제품에 대하여 만족할지에 대하여 검토과정에서 한 번만 더 고려하여 다듬으면 어떨까?최근에 아주 만족스러운 준비서면을 제출받은 기억이 있어 소개한다. 오래된 민사소송으로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건이었는데, 준비서면에서는 주요 경위 사실을 표를 통해 일자별로 간략하게 기재한 후에 뒤에서 자세히 서술하였으며, 판사가 재판진행을 위해 메모해야 할 것을 두괄식으로 해당 문단의 앞에 배치하였다. 아주 복잡한 사건이었으나 일목요연한 준비서면 덕분에 사건을 파악하고 사건 진행을 위한 메모를 작성하는 데 통상의 사건과 비슷한 시간만 소요되었다. 반면에 다수 당사자 사건에서 송달되지 않는 여러 명의 피고들에 대한 공시송달을 신청하면서도 단순히 주소를 알 수 없다고만 기재하고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데도 주소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전혀 기재하지 아니하여 1000여페이지의 전자기록을 여러 차례 앞뒤로 스크롤 해가면서 찾았던 불쾌한 경험도 같은 날 있었다.

    누군가에게 제출하는 서류는 작성자나 의뢰인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를 제출받고 살펴볼 사람을 위한 것이다. 준비서면을 제출함에 있어서 심리하는 판사의 입장에서 준비서면을 가다듬어 핵심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제출하면 어떨까? 변호사 역시도 자신의 논리를 좀 더 객관적으로 논증할 수 있고, 이를 심리하는 법관 역시 사건을 충실히 파악하여 올바르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대한민국 소비자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듯 준비서면의 최종 소비자인 판사도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이런 것이 뭔가 억울하다고 느끼시는가? 그렇지만 운송업계에서 사용하는 비용을 살펴보면 전체물류 과정에 소비되는 비용 중에서 53%가 라스트 마일에 사용된다.


    권순건 부장판사 (창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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