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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재판 원칙 실현 위해 '재판 중계' 활성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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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을 공개하도록 하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의 과정과 결과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고 공개를 제한하는 것은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요 사건 재판이 있을 때마다 방청권 배부를 기다리는 장사진이 벌어지는 것을 볼 때면 과연 공개재판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특히 작년 11월 개정 민·형사소송법의 시행으로 비대면 영상재판의 활성화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재판 중계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재판 중계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선고 과정이 모두 녹화되고 공개돼 법정 밖에서도 재판 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당시 재판 중계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워낙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이었던 데다가 재판 절차가 그대로 공개되니 오히려 여론의 분열이나 진영 갈등과 같은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헌재는 올해 들어서도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에 대한 변론과 선고 절차의 생중계방송을 추진하고 있고 그에 대한 매뉴얼도 마련하고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중요 사건에 대한 재판 중계는 그 실효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도 2013년 2월 대법원규칙을 개정해 대법원 공개변론의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그해 3월 국외이송약취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사상 최초로 중계방송 됐고, 이어 키코 사건, 통상임금 사건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들이 중계방송 되면서 호평을 받았다. 당시 대법원 관계자는 재판 중계를 통해 대법원 판결에 대한 투명성이 담보되고 신뢰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밝혔고, 대한변호사협회는 2013년 인권보고서를 통해 대법원 공개변론의 최초 온라인 생중계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는 한 요소가 됐다고 평가했다.

    2017년 실시된 법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판장 허가에 따라 중계방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약 68%의 지지를 얻었다. 여기에 힘입어 법원은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 법원에서도 재판을 생중계할 수 있도록 관련 대법원규칙을 개정했다. 2018년 4월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의 제1심판결 선고기일이 사상 처음으로 TV로 생중계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회의보다 화상회의가 일상화된 시대가 됐다. 정보 혁명으로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었다. 재판의 중계는 오프라인 법정에 익숙한 기성세대들로서는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다. 온라인이나 TV를 통해 법정 모습이 실시간으로 비춰진다면 자칫 재판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사생활 침해가 발생하고 법정의 권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염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장소적 개념의 법정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공개재판의 의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지 않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수만명씩 쏟아져 나오는 지금이 재판 중계를 통해 공개재판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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