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목요일언

    F=ma 그리고 신의칙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78005.jpg

    첫 문장은 조심스럽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첫 문장을 쓰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우리는 심사숙고 끝에 선택된 첫 문장이 펼치는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같은 문장이 그렇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는 우리 헌법에서 전문을 뺀 첫 문장이다. 우리는 이렇게 헌법 제1조가 선언한 민주주의 사회에 산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민법은 어떠한가.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條理)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과 관습법은 알겠는데 '조리'란 도대체 무엇일까. 주석서를 보면 '조리'는 사물 자연의 이치 또는 법의 일반원칙이라고 한다. 사물의 이치라는 설명에 자연스럽게 물리(物理)가 떠오른다.

    자연의 법칙 탐구를 근대 과학으로 발전시킨 사람은 뉴턴이다. 그의 고전물리학은 우주 모든 현상의 운동 규칙을 사람의 이성으로 찾아냈다. 그 중 하나가 F=ma로 기술되는 운동 제2법칙이다. F는 힘의 크기, m은 질량, a는 가속도. 수학의 언어로 쓰인 우주의 운동에 관한 첫 문장이라 할 만하다. 후대에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등이 나왔지만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것도 이 공식 덕분이다. 이 법칙을 따르면 어느 한순간 물체의 위치, 속도를 알면 다음 순간의 위치, 속도를 알 수 있다. 명쾌한 이론에 통쾌하기까지 하다.

    민법으로 돌아가자.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신의칙(信義則)으로 현대 민법 기본원리 중 하나이다. 유력한 설명은 법률과 관습법 외에도 도덕, 윤리 같은 지침이 존재하고 이러한 지침을 재판에 적용하라며 신의칙을 조리의 한 내용으로 본다. 그런데 F=ma 공식과 달리 신의, 성실, 윤리는 알 듯 모를 듯하다. 법률에 나오는 대부분의 개념이 그렇다. 사해행위, 불법행위 등 공식 하나로 설명되는 개념은 없다. 물리와 신의칙의 세계는 조리라는 접점을 통해 잠깐 만나지만 그 간극은 크다. 그래서 판례가 말하는 논리, 경험칙 다 동원하지만 법관 앞의 사건은 쉽지 않다. 그래도 오랜 궁리를 통해 인간 사회의 법칙, 법리는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낸다. F=ma 같은 공식은 없지만 법리의 단편을 찾아 판결문의 첫 문장, 판결 주문에 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법관의 숙명이다.


    이진웅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