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갱의 작품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는 미술사상 가장 철학적인 제목으로 알려져 있다. 고갱이 인간의 삶에 대해 자문한 작품인데, 이는 어떤 개념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요즘 회자되는 ESG에 대입해 보면 "ESG는 어디에서 왔는가? ESG는 무엇인가? ESG는 어디로 가는가?"가 되겠다.
먼저, ESG는 2002년에 세계 주요 금융회사가 참여한 유엔환경계획 금융 이니셔티브(UNEP FI)에서 처음 사용된 것에서 알 수 있듯 투자세계에서 태동한 개념이다. 정부의 규제, 개별 기업의 사회공헌 노력, NGO의 시민운동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ESG를 정부 규제나 착한 기업 운동에서 시작한 것으로 오인하면 안 된다.
착한기업 운동서 출발은 오해
“온 곳도 없고 갈 곳도 없다”
고갱 질문의 대한 답변 반추
다음으로, ESG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여러 리스크를 점검하여 각 분야별 리스크 노출도를 산출함으로써 투자자에 대해서는 장기적 수익률 증가를,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경영활동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비재무적 성과도 따지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말은 쉬우나 ESG 개별 항목 선정과 리스크 측정은 어렵다. 단적으로 국내외 600개 이상의 ESG 평가지표가 있는데 투자자나 기업이 ESG 투자·경영을 하려 해도 망망대해에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심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ESG는 어디로 가는가? ESG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극심한 인플레이션,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 등으로 사라질 운명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그러나 지구가 기후변화에 신음하고 이해관계자 간 대립으로 불안한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당장은 힘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ESG에 대한 비재무적 성과를 합리적으로 측정되고 공개되는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 단 ESG가 재무 실적과 무관하거나 부정적인 산업군의 경우 ESG 확대만을 목적으로 정부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하겠다.
기독교 철학자 쉐퍼는 고갱의 질문에 대하여 “온 곳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며, 갈 곳도 없다”라고 대답한 바 있다. 적어도 ESG에 대해서는 “뒤로는 안돼, 언제나 앞으로!(Never backward, always forward!)”라고 답하고 싶다.
※ “Never backward, always forward!” 미국 드라마 마블 시리즈 '루크 케이지(Luke Cage)' 중 대사
이광욱 변호사 (법무법인 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