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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95세 최고령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의 노익장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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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자는 모든 직업군 중 가장 장수한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그냥 장수할 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건재한 노익장 지휘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과거의 예로는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1882-1977)가 떠오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의 지휘대에 서는 등 할리우드로부터도 여러 번 러브콜을 받았던 그는 93세까지 공개 지휘를 했고, 그 이후에도 레코딩을 계속하다가 95세로 세상을 떠났다. 조르쥬 프레트르(1924-2017)는 클래식 공연계의 가장 큰 상업적 행사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를 2008년과 2010년에 각각 84세와 86세의 고령으로 지휘해 큰 화제가 되었다.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세계적 지휘자 중 최고령자는 스웨덴의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1927-)일 것이다. 나이 탓에 2005년 이후에는 특정 악단을 맡고 있지 않지만 지금도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NHK 심포니, 스웨덴 방송 심포니,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 등의 계관 혹은 명예지휘자 타이틀을 갖고 올해도 제법 많은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런데 7월 11일의 95회 생일을 기념해 유럽 굴지의 세 오케스트라를 연속 지휘하려던 계획이 낙상으로 인해 무산되었다고 한다. 뼈를 다쳤다간 치명적인 나이인 만큼 과연 그가 다시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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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여름에 슈베르트 교향곡을 지휘한 새 CD를 발매하는 등 최근 블롬스테트의 새로운 전성기가 펼쳐지는 듯한 현상은 고령 지휘자에 대한 관심과 예의 차원일까 아니면 여전히 실력이 살아있어서일까. 최근 지휘 모습을 영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년 연말 발매된 2020년 여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실황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베토벤의 교향곡 2번과 3번을 지휘했고, '피아노 여제(女帝)'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협연한 같은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커플링된 영상이다. 당시 만 93세를 넘긴 블롬스테트가 공연 내내 꼿꼿이 선 자세로 지휘한 것만으로도 놀랍지만 더욱 경이로운 것은 연주의 질이다. 코로나 탓에 오케스트라 규모를 크게 축소시켰는데도 이만한 인원으로 어떻게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박력 넘치는 연주를 들려준다. 게다가 악단 규모가 작아졌기에 완벽한 일사불란함과 투명한 음색이 더해진 것은 금상첨화다. 물론 고령의 블롬스테트가 리허설을 충분히 가졌다거나 카리스마로 단원들을 압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예전부터 단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이끌어내는 지휘자로 유명했고, 전설적인 연령대에 진입하면서 지휘자에 대한 단원들의 경외심이 최고조에 도달한 결과일 것이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약력>
    음악 및 무용 칼럼니스트. 1961년 서울 출생.
    연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대우증권 재무관리부장, 한국신용평가정보 경영지원본부장, 전략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신사역 인근의 감상실 '무지크바움'을 중심으로 강좌와 동호회를 진행한다. 저서로 '불멸의 목소리'(남성편, 여성편), '신화와 클래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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