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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당신은 어느 쪽 판사인가?

    재판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과 논리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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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느 쪽 판사냐?"

    지난 2월까지 중앙법원 형사합의부장을 하면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다. 판사 스스로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다소라도 여론의 주목을 받는 사건이라면 판사의 이력이나 성향을 파악해 결론을 예측하는 것이 유행이 되었고, 실제로 언론, 정치권, 소셜미디어 할 것 없이 판사를 이쪽저쪽 하는 식으로 나누고 있다.

    "왜 그런 판결을 했느냐?"고 따져 묻는 경우도 많았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사건도 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확정되면 집행력이 생긴다. 하지만 이제는 판결이 나도 사건이 마무리되지 않고, 새로운 논란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당사자는 물론 언론, 정치권까지 일제히 나서 비판의 십자포화를 퍼부어댄다. 그 과녁에는 판사의 개인적 신상까지 포함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결론을 미리 내린다. 재판은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 일종의 당위(當爲)라고 생각한다. 재판정에서 증거를 가지고 따져보기도 전에 '마땅히 내려야 하는 답'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심지어 그런 답을 미리 내린 사람들이 많을수록 여론에서 앞서는 것으로 여기고, 재판의 결론도 그쪽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많은 판사들이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이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판사의 성향은 결코
    사실과 논리를 넘어설 수 없어


    그런데 앞의 질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놀라운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전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판사들이 돈과 힘이 있는 자들의 편을 든다고 의심했다면, 지금은 출신이나 이력,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단을 달리하고, 향후 진로도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아울러 외부의 분위기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론을 형성해 개별적인 판단을 좌우하려 하고,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비판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판사들이 기득권층에 속하는 권력자라는 의식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국민 내지 대중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모든 권력이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은 헌법에도 기재된 상식이지만, 개별적인 권력의 행사가 실제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은 다소 과장해서 말하자면 법조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이미 변했거나 아니면 심하게 바뀌는 중이다. 법률가들의 세계와 그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예외가 아니다. 반면 법조에 대한 시각과 법률가들이 사용하는 잣대가 예전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법치보다 우선하는 '국민정서'가 존재하고, 권위가 무너진 자리를 대중의 눈높이가 대체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온갖 편견과 선입견, 불신과 오해, 분열과 대립 등은 사회 전체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국가권력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도화된 권위와 엄연한 사실관계, 그리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모두 상대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는가? 부풀어 오르는 여론과 편향된 정서에 편승해 사실을 왜곡하고 논리를 비틀어 모든 가치를 선택 가능한 것처럼 폄하하는 사람들을 거부한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자 정작 중요한 것은 사실이고, 그 다음이 논리이다. 사실이 정확하고 논리가 곧으면 법조문은 자연스럽게 도출되고, 판결은 그 범위 안 재량의 한도 내에서 이루어질 뿐이다. 판사의 성향은 순위로 따지자면 맨 마지막이고 결코 객관적 사실과 보편타당한 논리를 넘어 설 수 없다.


    유영근 지원장(남양주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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