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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좋은 질문입니다.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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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 교황>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온다. 교황 재위 중 사임을 결심한 베네딕토 16세. 이 교황에게 추기경 사임을 청원했다가 다음 교황으로 선출된 베르골리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베네딕토 교황에게 들려준, 담배를 좋아하는 두 신학생 이야기다. 한 신학생이 지도신부에게 질문한다. “신부님, 기도할 때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까?” 지도신부는 당연히 “안 될 말”이라고 한다. 옆에 있던 다른 신학생이 질문이 잘못되었다면서 지도신부에게 다시 질문한다. “신부님, 담배 피울 때도 기도를 드리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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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을 바르게 하면 절반은 이미 해답을 얻은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말이다. 신영복 선생은 ‘질문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은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내는 것, 즉 추상이 긴요하다’고 한다(『강의』). 핵심을 꿰뚫는 질문이 바른 질문이다.

     

    ‘학문’은 한자로 ‘學問’이다. 배움(學)과 묻기(問)를 합친 말이다. 여기엔 바르게 묻는 법을 배운다는 뜻도 담고 있을 것이다. 논어 공야장(公也長) 편에 나오는 ‘민이호학 불치하문(敏而好學 不恥下問)’, 즉 ‘영민하면서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누구에게나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말도 학문의 의미를 음미하게 한다. 어찌 동양뿐이랴. 소크라테스는 문답법을 학문하는 방법으로 삼지 않았는가. 막스 베버도 말한다(『직업으로서의 학문(Wissenschaft als Beruf)』). “학문적 성취는 모두 새로운 질문이다. 이 성취는 또다시 새 질문에 의해 낡은 것이 되기를 원한다.” 

     
    질문에는 문제의 핵심을 추상하고, 해답을 얻기 위한 구상이 뒤따라야 한다. 사이몬 시넥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의 예를 소개한다(『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 잡스는 ‘정부와 기업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개인이 이에 맞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를 질문했다. 게이츠는 ‘모든 가정과 모든 책상 위에 PC가 놓일 수 있다면 누구나 평등할 수 있지 않을까?’를 질문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고 그에 들어맞게 기업을 경영했다는 것이다.

     

    사법부 생명은 권위 아닌 신뢰
    신뢰에 대해 사회가 묻고 있다
    문제는 질문의 옳고 그름 아닌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

     
    질문 없는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질문이 없으면 변화도 없다. 그러기에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질문은 하는 것이기도 받는 것이기도 하다. 사법부 역시 그러하다. 스스로 많은 질문을 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요즈음이다. 사법부의 생명은 권위가 아니라 신뢰라고 믿는다. 권위조차 신뢰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그 신뢰에 대해 우리 사회가 묻고 있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수많은 사건 앞에 불면의 시간이 늘어만 가는 법관들에게 무척 불편한 질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질문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있지 않을까?

     

    “좋은 질문입니다.” 질문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답변자의 첫머리 말은 이것 아닐까? 누구라도 질문을 반긴다면 좋겠다. 새로운 변화를 위한 대화와 토론의 시작일 테니까. 정답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에게 질문 대신 비난, 질책, 험담을 일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서로 다른 생각 사이에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기꺼이 받자. 그때마다 늘 이 말을 빼놓지 말자.

     
    “그거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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