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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시 페이스 메이커] 교과서를 읽는 것이 요약서 읽는 것보다 효율적

    이윤규 변호사(법무법인 원스)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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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교과서를 '전혀' 읽지 않는 요즘의 예비법조인들
    (1)
    요즘의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은 교과서를 잘 읽지 않는다. 물론 우리 법학에서의 "교과서"는 정말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한 분야의 지식을 체계적으로 조감하고 정리한 '체계서'에 가깝기 때문에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 읽기 쉬운 종류의 책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이런 의미에서 교과서에 쌍따옴표를 가한 것이다). 그러나 공부의 초입부터 요약서를 읽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위험하다.

    (2)
    언뜻 요약서는 양이 적으니 그것이 읽기가 "쉽다"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양이 적어 읽는 부담이 적다는 것과 이해하기에 편하다는 것은 서로 구별되어야 한다.

    교과서는 법적 귀결에 이르는 과정들이 치밀하게 논증되어 있고 그것이 활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억에 훨씬 유리하다. 뇌과학의 원리로 보면 기억을 돕는 전후 맥락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어 그 맥락 속에서 구체적인 정보의 위상과 내용을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지심리학에서는 '맥락화(CONTEXT)'라고 부른다. 결론들만이 나열된 요약서가 양은 적어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암기량이 훨씬 많게 되는 것은 이 원리 때문이다. 요약서는 구체적 논리나 설명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고, 그 틈은 강의 즉 음성으로 채워야 하는데 음성은 활자에 비해 훨씬 휘발성이 높다.

    (3)
    요약서는 양이 적어 읽는 부담은 적을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머릿속에 남는 지식도, 법률서비스의 상대방을 도울 수 있는 경우도 적어진다. 나아가 요약서 중에는 소위 '1타 강사'의 것인 경우에도 적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는 것이 있다. 그런 것으로 잘못된 지식을 쌓으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인가? 법조인은 의사와 같다. 그 말이나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의 생명, 신체, 자유, 재산이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대가가 저술한 정평 있는 교과서로 공부를 하되, 양의 압박 내지 부담감을 줄이는 '읽는 법'을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다.

    (4)
    이런 이유로 나는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지도할 때 반드시 교과서를 읽도록 권하고 있다. 2기 때부터 지금까지 지도를 해 오고 있는데, 그 지도로 인해 시험에 합격한 후배들로부터 교과서를 읽은 덕에 공부가 훨씬 쉬워졌고 실무도 즐겁게 해내고 있다는 감사의 말은 많이 듣지만, 한 번도 원망을 들은 적은 없다. 이하에서는 그 지도과정에서 쓰는 '교과서 읽는 법'을 설명하기로 한다.

    교과서 읽기 전에 전체 목차 복사
    세부 목차 보며 공부할 개수 파악
    단락별로 중심문장을 찾아서 정독
    논리 바탕 학설 읽으면 이해 쉬워


    2. 교과서를 효율적으로 읽는 방법
    (1
    ) 교과서를 읽을 때는 내용을 대뜸 정독하지 말고 반드시 맨 앞에 있는 전체 목차를 복사해서 곁에 두고 참조하며 읽자.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는 실은 전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었을 때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항상 전체와 부분, 다시 전체로 다서 지식을 고르게 하는 읽기 습관이 있어야 한다.

    (2)
    내용으로 들어가 교과서를 읽을 때에는 목차를 세어보며 공부할 것의 개수부터 확실하게 파악하자. 기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인데, 과거의 이론과는 달리 그 속에는 2~3개 정도의 기억만이 머물 수 있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이다. 처음부터 줄글을 머리에 집어넣으려는 사람과, 덩어리를 나누어 머릿속에 폴더부터 만드는 사람은 지식 입력에 있어 체계성 뿐 아니라, 출력에 있어 속도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그리고 '시각기억(VISUAL MEMORY)'의 경우 별도의 분해 및 재구축 과정(ELABORATION)이 필요 없어 가장 빠른 속도로 기억에 정착된다. 이를 이용해서 목차는 형광펜을 이용하여 수준별로 다른 색깔을 사용해 분류하도록 하자.

    (3)
    목차의 개수를 세면서 형광펜을 칠하였다면 이제 단락별로 중심문장을 찾을 차례이다. 이때는 저자의 사고체계를 이용한다. 목차 뒤에 연필을 이용해 또는 마음속으로 물음표를 붙인다음 그에 대한 답에만 '연필로' 줄을 그어보자. 두껍고 어려운 것 같았던 교과서가 요약서화가 되는 순간이다. 요약서는 흐름이 뚝뚝 끊어져 강의가 없이는 읽기가 너무도 힘들지만, 이와 같은 작업을 해 둔 교과서는 막히는 부분이 있을 때 언제든 주변에서 이해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작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일단 한 단락씩 읽은 후에 요약을 해서 연필로 적어두는 방식을 택해도 무방하다.

    (4)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는 경우에 조금 더 집중을 해서 읽을 부분이 있다. 바로 저자의 사견 또는 '검토'라는 소제목으로 쓰인 부분이다. 초학자의 대부분은 학설과 판례의 숲을 헤매다가 진을 모두 빼버린다. 하지만 순서를 바꿔서 저자의 생각과 논리를 먼저 내 것으로 만든 후(동기부여는 일의 난이도와 상관관계가 있다; 엣킨슨의 《성취동기 이론》), 그 논리를 바탕으로 판례와 학설을 읽어보자. 저자의 체계적 미감과 사고상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는 후자에 따라 읽는 것이 편한 것이다.

    (5)
    판례는 무작정 키워드를 따서 외우거나 통째로 외우지 말고 삼단논법 중 대전제에 해당하는 '선례(先例)'와 소전제+결론 부분에 해당하는 '재판례(裁判例)'를 나누어서 접근해야 한다. 전자는 법적의문 내지 쟁점에 대한 답이므로, 맥락을 이용해 외우는 것이고 그 결론보다는 질문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반면 후자는 유사한 것끼리 묶는 '유형화'를 통해 외운다. 키워드의 암기는 이와 같은 작업들이 모두 된 후에, 시험문제가 그것을 요구할 때나 외우는 것이다.


    이윤규 변호사(법무법인 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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