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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이 지나서야 원점으로 돌아 온 조세소송, 이제는 끝내야

    소순무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가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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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1일 GS칼텍스, KSS 해운 등이 2013년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헌법소원 사건에서 당사자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9년 만이다. 이미 언론에서 크게 다룬 사건이지만 문제점만 부각했을 뿐 원고들이 앞으로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미 원고패소로 확정된 사건이라는 입장이고,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이 잘못되어 취소하였으니 재심절차를 통해 다시 구제받으라는 상반된 결론이다. 그러면 세금을 매긴 국세청은 정작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심정적으로는 자신들이 한 과세처분이 옳다고 여길 것이고 앞으로의 상황과 추이만 살피려 할 것이다. 법인세가 부과되고 나서 조세심판, 대법원까지 3심급, 그리고 재심 청구를 거쳐 헌법재판소까지 무려 18년 만에 최종 판단이 나왔지만 납세자 구제 여부는 여전히 안개 속에 싸여 있다. 과세처분의 정당성 여부에 대한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러한 유례 없는 국가 사법공백의 상황은 해묵은 논쟁인 헌법상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분장 불명확, 헌법재판소법의 입법미비, 혹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이기적 권한 다툼 탓으로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건의 발단은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간 1990년 재평가세법의 개정이다. 특례 조항을 두어 법인이 상장할 것을 조건으로 붙여 법인이 자산을 재평가하면 재평가차익에 대한 법인세 대신 낮은 세율의 재평가세만 부담하면 되도록 한 것이다. 기업의 상장 촉진을 위한다는 취지이다. 그렇지만 조세감면의 조건으로 받아들인 기업에 상장은 그리 용이한 것이 아니다. 의사결정 당시는 문제없어 보였지만 막상 상장 절차를 이행하려다 보면 그때의 주식시장 상황이나 경제 여건에 따라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 까닭에 업계의 호소 혹은 당국의 자발적 방침으로 상장유예 기간이 여러 차례 연장되었다. 그러다 2003년 하반기 당국은 돌연 그 연장을 불허하였다. 그 바람에 이듬해 여러 법인이 법인세를 무더기로 추징당하게 되었다. 이번의 GS칼텍스, KSS해운을 비롯해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다수의 기업이 거액의 추징처분에 대하여 불복에 나섰다. 그중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우여곡절 끝에 상장하지 못한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받아 대법원에서 최종 구제되었다. 이때 대법원은 법문에 정당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면책한다는 문구가 없었음에도 드물게 전향적인 판단을 하였다. 상호회사인 보험회사의 특성상 제기된 계약자 보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당국이 보험회사 상장기준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 정당사유의 근거가 되었다. 2013년의 일이다. 그러나 GS칼텍스 등은 이러한 정당사유를 인정받지 못했고 그 대신 과세 근거 조항의 효력 여부가 법리적 쟁점이 되었다. 구 조세감면규제법이 전문개정되면서 미상장 시 법인세를 추징하는 것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개정 부칙 제23조가 그것이다.

    대법원은 전문개정시 개정 전 법령의 효력에 관한 종전의 태도와는 달리 위 부칙조항을 유효하다고 판단한 반면, 헌법재판소는 기존 법령은 이미 실효되어 부칙은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 다툼의 핵심이다. 헌법재판소는 과세당국의 부과근거가 된 부칙 제23조에 대하여 이를 실효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른바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 헌법재판소법 제45조는 위헌결정은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그 근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변형결정을 거듭함에 따라 결정 유형의 하나로 자리 잡아 왔다. 이러한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둘러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사이의 유사한 다툼은 이미 1997년에 일어난 적이 있다. 부동산양도소득세 부과처분취소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1995년 기준시가 과세원칙의 예외로 투기거래 등 실거래가격 과세를 가능하게 한 소득세법 모법조항에 대하여 그 개별적 사유를 시행령에 위임한 것을 문제 삼아 한정위헌결정을 하였다. 실무상은 투기거래로 인한 불로소득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고 상당기간 별문제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법원으로서는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결정은 예상을 뛰어넘는 뜻밖의 것이었다. 더구나 문제 된 사건은 기준시가를 적용하면 세액이 0이 되지만 실거래가액에 따르면 수억 원이 과세되어야 하는 사례였다. 대법원은 결국 한정위헌결정이란 법률해석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어서 법률해석에 관한 최종적 권한을 갖는 대법원을 기속하는 위헌결정의 유형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다. 물러설 수 없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갈등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실거래가격을 적용한 과세처분을 확정하였다. 이에 헌법재판소가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입장이 되었다. 존립의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대법원 판결은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것이라는 이유으로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예외를 인정하여 이를 취소하고,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을 적용하여 원과세처분까지 취소하였다. 최초의 판결취소 및 원처분취소결정이었다. 결국 양 최고사법기관의 충돌로 과세처분의 운명은 국세청의 손에 맡겨졌다. 국세청도 어찌할 바 모르다가 수년 후 체납으로 인한 압류처분을 해제해 줌으로써 소리 없이 종결되었다. 헌법재판소가 이긴 셈이었다. 그 후로도 한정위헌결정의 효력을 달리 보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다른 점은 대법원 판결이 취소되었을 뿐 원과세처분은 취소되지 않은 것이다. 1995년 사건과는 달리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재심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대법원 판결일 뿐이어서 헌법재판소가 처분을 취소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였다(재판관 7인 다수의견). 오로지 재판관 2인만이 원과세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가 원과세처분을 취소하였더라면 앞서 본 전례가 있으므로 어쨌든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판결취소만으로는 권리구제가 되지 않을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납세자에게 립서비스만 한 셈이 되었다. 그것도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무려 9년 만에 낸 응답이다. 도식적 법리가 헌법의 가치와 책무에 우선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라는 본래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 것이다. 아쉽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7월 21일 GS칼텍스, KSS 해운 등이 2013년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헌법소원 사건에서 당사자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을 취소했다.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9년 만이다. 이미 언론에서 크게 다룬 사건이지만 문제점만 부각했을 뿐 원고들이 앞으로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명쾌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대법원은 이미 원고패소로 확정된 사건이라는 입장이고,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판결이 잘못되어 취소하였으니 재심절차를 통해 다시 구제받으라는 상반된 결론이다. 그러면 세금을 매긴 국세청은 정작 어느 쪽을 따라야 할까? 세법조항 신설 30년, 소송제기 18년이 지나도 아직 안개 속에 있는 이번 세금 분쟁은 우리의 조세입법과 집행, 구제절차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 해결을 기약도 없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개정에나 미루고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자 이제 이 사건은 어떻게 될까? 이 사건 역시 전례와 같이 대법원은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하고 헌법재판소는 과세 근거가 없어 위법하다고 보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납세자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법원에 재심사건의 속행을 구하여 재차 처분취소를 구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한정위헌결정 자체에 기속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무용의 절차가 될 뿐이다. 머리를 둘로 만든 최고사법기관 사이의 기능과 권한의 한계를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고 납세자에게 최고사법기관의 대립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니 권리구제를 포기하라고 할 수 있는가? 답은 당연히 아니다. 국가는 당연한 책무로서 그 구제방법을 찾아 주어야 한다. 아쉽게도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에 의한 해결 방법은 더 이상 기댈 수 없다.

     
    그러면 정녕 구제방법은 없는 것인가? 그 열쇠는 국세청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에 있다. 국세청 납세자보호처리규정에 고충처리 조항이 있다. 이미 확정된 과세처분이라도 일정한 사정이 있는 경우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재판이 확정된 경우는 그 대상이 아니라지만 현 상황은 재판은 마무리되었으나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원점으로 되돌아온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판의 확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고충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다.

    납세자가 고충처리 신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국세청으로서는 처분을 취소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사건이다. 감사원의 감사, 국회의 국정감사에 대응하여야 하는 부담도 크다. 이 사건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고충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사건 당사자들이 관할 세무서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처리신청, 납세액 환급신청 등 민원을 제기하고 관계기관과 국민 사이에 너른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연후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처분을 취소하라는 조정결정을 하고 이를 국세청이 받아들이는 방법은 어떤가? 실무, 학계 전문가가 나서 집단지성으로 해결책을 만들어 제시하여야 한다. 권리구제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일종의 국민사법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법조항 신설 30년, 소송제기 18년이 지나도 아직 안개 속에 있는 이번 세금 분쟁은 우리의 조세입법과 집행, 구제절차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 해결을 기약도 없는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 개정에나 미루고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다시 미궁에 빠진 채로 둔다면 그 누구도 기꺼이 세금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소순무 고문변호사 (법무법인 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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