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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동거(同居) 중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헤어질 결심’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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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민주주의를 이해하는데 아담 쉐보르스키나 로버트 달 같은 민주주의 이론가들의 책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당을 통한 갈등의 사회화’를 주장한 샤츠 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과 아렌드 레이프하트의 《민주주의의 유형》도 민주주의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대통령제가 보편적 제도인 줄 알았습니다. 훗날 알고 보니 대통령제는 상대적으로 특수한 제도더군요. 《민주주의의 유형》에 따르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하고 있는 36개국(대한민국이 마지막으로 들어간 나라입니다) 중에서 대통령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한국을 포함한 7개국뿐입니다.

    ‘민주주의는 다수결’이라는 명제도 미국, 영국같이 양당제와 승자독식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나 진리(?)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레이프하트는 민주주의를‘인민을 위한 인민의 정부’로 규정하면서 ‘인민의 선호가 분산될 때, 정부는 누구의 이익에 반응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두 가지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하나는 ‘인민의 다수’, 즉 다수결 모델입니다. 다른 하나는 ‘가능한 한 많은 사람’, 이른바 합의제 모델입니다.

    합의제 모델은 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참여와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포괄적 동의를 목표로 합니다. 다수결 모델은 배타적이고 경쟁적이며 파트너간에 적대적인 반면, 합의제 모델은 협상과 타협이 불가피합니다.

    51%대 49%에 쉽게 승복 못해
    66%대 34%는 쉽게 결론 안나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껏 ‘동업’이거나 ‘동거’ 수준
    총선 이전 다당제로 전환해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1·0’(직선제 개헌으로 평화적 정권교체), ‘민주주의 2·0’(다당제를 통한 갈등 관리),‘민주주의 3·0’(내각제 개헌을 통한 선출권력에 의한 비선출권력 통제) 순으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987년 민주주의 1·0 이후 30년이 더 흘렀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 2·0으로 이행해야 합니다. 2024년 총선 전에 선거 제도 개혁을 통해 다당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내각제 전환은 그 후에 하는 것이 현실적 수순입니다.

    샤츠 슈나이더는 “정당 없는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당은 갈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위계화하여 가장 큰 규모의 대중을 동원하여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정당이 단지 공직자를 선출하는데 머무를 뿐 대안을 조직하고 결정할 힘을 갖지 못한다면 시민은 온전한 주권자가 아니라 ‘절반의 주권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입니다.

    저는 한국은 다수결 모델보다는 합의제 모델이 더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51% 대 49%에 쉽게 승복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66% 대 34%는 어떨까요. 세 명이 점심을 하는데 두 사람은 짜장면을 먹자고 하고 한 사람은 김치찌개를 먹자고 하면 쉽게 결론이 안 날 수 있습니다. 이게 66% 대 34%입니다. 그런데 추가로 한 명이 더 와서 짜장면 먹자는 사람이 세 명이 되면 쉽게 결론이 납니다. 제 생각에는 3 대 1, 즉 75%가 한국인이 승복하는 기준입니다.

    제가 2012년 《정치의 몰락》에서 ‘75% 민주주의’를 주장한 이유입니다. 금융실명제 찬성 여론이 75%가 넘으니까 반대 목소리가 사그라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이 75%를 넘자 (탄핵을 추진한) 한나라당 내에서 탄핵 철회 주장이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이 75%를 넘는 순간 대세가 결정됐습니다. 이번에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반대 여론이 75%에 이르렀는데 그러면 추진력을 상실한 것입니다.

    저는 4당 체제가 좋다고 봅니다. 정당 이름도 선명하면 좋겠습니다. ①(북한에 강경하고 시장에 관대한) 자유당 ②(북한에 강경하고 시장에도 강경한) 공화당 ③(북한에 관대하고 시장에도 관대한) 민주당 ④(북한에 관대하고 시장에는 강경한) 진보당 체제면 선명한 경쟁이 될 수 있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한·미 FTA는 자유당, 공화당, 민주당이 손잡고 통과시켰을 것입니다. 무상급식은 진보당, 민주당, 공화당이 함께 통과시켰을 것입니다.

    선거 제도는 75% 이상의 시민이 당선자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중선거구제가 좋습니다. 비례대표제는 ‘정당에 투표하는’ 내각제에 어울리는 제도라 저는 폐지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는 선거구 60곳, 3명을 뽑는 선거구 20곳으로 하면 의원 정수를 늘리지 않아도 됩니다. 정당은 뜻이 맞는 ‘동지’들이 모이는 곳입니다만 지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기껏 ‘동업’이거나 ‘동거’ 수준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합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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