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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Dr.K의 와인여정] (10) 와인 ‘잘’ 마시기

    “007 제임스 본드보다 와인을 더 잘 즐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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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함께 와인을 마신 적이 있는 많은 분들에게서 “Dr. K가 직접 서빙해 주는 와인은 특히 맛있다”라는 평을 자주 듣는다. 똑같은 와인이라도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맛과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는 와인에서 최고의 맛과 향을 최대로 끌어내 마시기 위해 내가 나름대로 터득한 know-how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에 개봉된 007영화 No Time To Die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MI6의 동료 머니페니와 함께 Q의 집을 방문하여 저녁식탁에 있는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와인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그 와인이 프랑스 보르도의 St. Emilion의 Chateau Angelus라는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좀 더 정확히는 2015 빈티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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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장면에서 제임스 본드는 이 와인병을 잡아채다시피 들어올려 와인잔이 아닌 투덥한 물잔에 콸콸 따라 붓더니 그 물잔의 윗부분 본체를 덥석 쥐고 벌컥 들이마시고 머니페니에게도 똑같이 와인을 따라준다.

    여기서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세련된 최고급 취향과 매너를 가진 제임스 본드가 와인을 이렇게 마시다니! 그것도 Ch. Angelus 2015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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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보르도 2015년은 매우 훌륭한 빈티지였다. 특히 Ch. Angelus가 위치한 St. Emilion은 거의 완벽한 기후조건이었고 많은 샤또에서 최고수준의 와인을 생산하였다.Ch. Angelus의 이웃인 Ch. Cheval Blanc은 2015가 너무 훌륭해서 샤또 역사상 최초로 세컨드와인인 Petit Cheval을 생산하지 않고 전량 최상등급 와인인 Cheval Blanc만 생산하기로 결정할 만큼 훌륭한 해였다(Ch. Angelus와 Ch. Cheval Blanc 모두 St. Emilion의 최고등급 4대 샤또에 속한다). 다시말해 Ch. Angelus 2015는 이 영화가 만들어진 2020/21 기준으로는 최소 10~20년은 기다렸다가 마셔야 될 와인이다. 굳이 당장 마셔야 한다면 2~3시간 정도 디캔팅을 해서 마셨어야 했다.

    많은 분들이 디캔팅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에 항상 동의하지는 않는다. 아니, 거의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꼭 디캔팅이 필요한 경우(예를 들어 위의 007영화에서와 같이 아직 숙성이 되지 않은 와인을 꼭 지금 마셔야 할 경우 등)가 있기는 하다(여기서 디캔팅이라 함은 디캔터에 따라놓고 몇시간이고 기다렸다 마시는 것을 말한다. 비주얼을 위하여 단순히 병에서 디캔터로 옮겨 담아서 즉시 마시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제대로 즐기려면 어느정도 숙성된 와인을 병에서 직접 조심스럽게 조금씩 잔에 따라 가면서 천천히 마시기를 권한다. 그러면 그 와인을 마시는 동안 그 와인이 어떻게 변화해 가며 그 다양하고 복잡미묘한 향과 맛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느낄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대화하듯.

    다음은 좋은 와인잔을 사용하기를 추천한다. 여기서 좋은 와인잔이라 함은 무조건 값비싼 것이라기 보다는, 얇고 섬세하고 투명한 잔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영화에서 처럼 둔탁한 물잔에 콸콸 따르면 안된다. 잔의 재질, 모양, 무게에 따라 와인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경험있으신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믿는다(참고로 나는 오스트리아제 Z사 제품을 선호한다).

    와인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와인잔에 약간의 사치는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와인 잔을 손으로 잡을 때 와인이 담긴 본체를 잡지 말고 가능한 본체에서 먼 부분을 잡기를 권한다.

    그리고 와인을 잔에 따를 때, 가능한 소량을 따르기를 권한다. 최대 75 cc 정도를 천천히 가늘게 따라서 서서히 돌려가면서 먼저 향을 충분히 음미하고 최소 5-10초 후에 조금씩 입에 넣어 입속에서 오래 머금었다 마셔야 한다. 마셔가면서 계속 첨잔을 하되 75cc를 넘지 않도록 살펴가며 최대한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물론 병에서 와인을 모두 따라 마시지 말고 태닌 침전물이 남아있는 맨 아래 약 1.5 cm 정도는 남겨두셔야 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조용한 실내에서 마시기를 권한다. 와인의 향은 섬세하기 때문에 야외의 바람부는 곳이라던가, 실내라도 에어콘 바람 등 향을 분산시키거나 약화시키는 환경은 피해야 한다. 특히 잔의 내부 윗부분까지 코를 넣어 천천히 그리고 깊히 그 향을 느끼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또한 시끄럽고 산만한 장소보다는 조용하고 안정된 분위기가 좋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치즈나 담백한 빵, 견과류를 안주삼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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