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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취재수첩] 피해는 국민에게

    박수연 기자 sypark@lawtimes.co.kr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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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관 구성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건이 적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올해 7월 대법원 민사본안 상고심 미제 건수가 6년 만에 최저치인 3000건대로 떨어졌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현직 판사들은 미제 건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안정적인 대법관 구성을 꼽았다. 지난해 5월과 9월 천대엽, 오경미 대법관이 각각 전임자에 이어 새로 취임한 것 외에 최근 수년간 대법관 공석 없이 안정적으로 상고심이 운영된 영향도 크다는 것이다.

     

    대법관은 한 자리라도 공석이 생기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되는 3개의 대법원 소부 가운데 하나는 운영에 차질이 빚어진다. 전원합의체를 열기도 어렵다.

     
    윤석열 정부 첫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오석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지난달 29일에 열렸지만, 아직까지 청문보고서조차 채택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 후보자의 이른바 '800원 횡령 버스 기사 해고 판결'을 주된 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신문이 해당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해고가 적법하다고 본 근거의 방점은 '800원'이 아니라 회사의 기사에 대한 신뢰, 노사합의에 기한 단체협약에서 버스요금 횡령 시 바로 해고하도록 한 점과 노사합의서 등에 기초한 것이었다. 노사 양측이 단돈 10원이라도 요금을 횡령한 기사가 있으면 그를 해고하는 데 합의해,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2심 판결이 나왔다. 2019년 네덜란드 KLM 항공에서 25년 동안 근무한 식품부 남성 직원이 기내를 정리하면서 승객이 남기고 간 생수 1병을 몰래 주머니에 넣어 간 것을 다른 직원이 신고해 절취행위로 KLM에서 강제 해고된 사건이었다. 해당 직원은 네덜란드 법원에 제소했지만 1,2심 모두 사측의 조치가 적법했다고 판단했다. 남성은 생수 한 병 때문에 직장을 잃게 될지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사측은 승객을 위한 음식과 음료를 훔치는 것에 무관용 정책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최근 법원의 사건 적체는 심각한 상황이다. 대법관 인준 절차가 지연되면 모처럼 나온 상고심 미제사건 감소 추세가 다시 도루묵이 될 우려가 크다. 김재형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 이미 10여 일이 지났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지면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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