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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12) 와인 오해, 와인 이해 ②

    와인에 대한 두 마리의 개(犬) - 편견과 선입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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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_wine.jpg

     

    십여년전 나에게 법률자문을 해 준 중견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내가 아끼던 좋은 와인을 선물한 적이 있다. 얼마 후에 그 분을 다시 만났을 때 그 와인 어땠냐고 여쭈어보았는데 "너무 좋아서 한번에 다 마시지 않고 아껴서 장식장에 넣어두고 매일 한두잔씩 아내와 함께 마시고 있다"라는 답을 듣고 나는 혼비백산했다. 

     

    지난 호에 이어

    다섯째,
    와인은 위스키나 브랜디(꼬냑) 등과 달리 한번 오픈하면 그자리에서 모두 마셔야 하고, 개봉 후에 오래 두고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와인이라도 코르크를 개봉한 후에 하루 이상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량 때문에 귀한 와인을 남기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두고두고 마시는 것은 그 와인과 와인의 생산자에게 크나큰 결례이다. 만약 도저히 남길 수 밖에 없다면 그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나 셰프 혹은 종업원에게 선사하면 그들이 매우 고마워할 것이고 다음 방문시 좋은 대접을 받게될 것이다.

    얼마 전에 나는 아주 유명한 연예인 겸 기획사 대표와 와인 디너를 함께 하였는데, 그가 손수 가져온 레드와인을 오픈하면서 "이 와인은 아주아주 좋은 와인이라서 잔에 따라서 빙글빙글 돌리면 와인잔의 안쪽으로 마치 무지개 빛을 띄는 기름띠 같은 자국이 남는다. 게다가 이 병의 밑부분을 보라. 병의 바닥에 얼마나 깊이 홈이 파여있는지! 또한 이 병이 마치 돌덩이처럼 묵직한 것이 다른 와인들과 확연히 구별되지 않는가?!"라며 자신이 가져온 와인을 칭송(?)하였다.

    그의 지론은 잔의 안쪽에 남는 무지개 빛 띄(‘wine leg’라 한다)와 병의 디자인에 따라 좋은 와인과 그렇지 않은 와인이 구분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믿음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181696.jpg

    여섯째,
    wine leg는 와인의 당도(sugar level)와 알코올 성분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지 와인의 수준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리고 와인병의 바닥에 파인 홈은 마지막까지 가라앉는 침전물(tannin)을 구별하기 편하게 배려해 준 디자인이며, 와인병의 무게 역시 순전히 디자인의 결과이지 와인의 품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법률신문의 독자여러분은 절대 이런 말에 현혹되지 않으시기 바란다.

    많은 분들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꽤 비싼 와인을 시켰는데 소믈리에가 와인을 오픈해서 내게 시음시키고 마실건지 물릴건지를 물어보곤 하는데, 맘에 안들면 물리면 되는지? 그 경우에 와인 값을 안내는게 맞는지?’

    때로는 이런 문제로 레스토랑 매니져와 다투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일곱번째,
    이런 경우 기준은 와인이 명백히 상한 것이거나,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나 종업원이 먼저 추천하거나 반강제적으로 강매한 경우에만 물릴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룰이다. 따라서 레스토랑에 가서 그 와인리스트에서 어떤 와인을 오더해야할지 잘 모를 때 리스크를 줄이려면 그곳의 매니져나 소믈리에에게 와인선택을 확실히 위임해서 나중에 혹시라도 서로 얼굴 붉히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것도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흔히 받는 질문 중에서‘와인에서 특별한 과일이나 식물 등의 향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와인제조과정에서 그 과일이나 식물을 가미했기 때문인가?’라는 것도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모든 와인은 100% 포도로만 만들어지며, 과일향 또는 다른 식물의 향이 나는 이유는 그 토양(테루아)의 영향이고, 과학적으로는 과일과 식물의 분자와 동일한 분자가 함유되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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