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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서울대 법대와 하버드의 충돌, 누가 이길까?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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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대 법대를 나온 국회의원과 저녁을 했습니다. 그분의 첫 인사가 <박성민의 법문정답>에 기고했던 ‘서울대 법대 정치인은 왜 실패하는가’를 재밌게 읽었다는 겁니다.

    사실 그 칼럼을 쓰고는 조금 후회했습니다. 사석에서 하는 농담을 칼럼으로 썼으니까요. ‘최초의 서울대 법대 출신 대통령 취임 100일’에 맞춰 나간 글이니 혹여 윤석열 대통령이 읽기라도 한다면 “이건 나한테 하는 소리군”이라며 오해(?)할 위험도 있었죠.

    “경기고까지 나온 분들은 더 하죠”. 그분이 이른바 ‘KS’ 출신이기에 한 번 더 농담하고는 내친김에 “하버드 출신은 더 합니다”까지 내질렀습니다. 서울 법대 출신 윤석열 대통령과 하버드 출신 이준석 대표의 충돌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요.

    ‘최고 엘리트들이 왜 정치에서 실패하는가?’라는 질문에 제 나름의 답이 있습니다.

    첫째는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늘 1등만 했기 때문에 시험이든, 토론이든, 선거든, 싸움이든 지면 세상 무너지는 줄 압니다. 지는 걸 두려워하는 거죠. 그래서 물러나지 못합니다. 물러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물러나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거죠.

    정치는 지고도 앞으로 가고 이기고도 뒤로 가는 겁니다. 노무현은 지고도 앞으로 간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떨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도전을 계속했죠. ‘바보 노무현’의 그 무모함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원칙 있는 승리’가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원칙 있는 패배’가 ‘원칙 없는 승리’보다는 낫다. 가장 나쁜 건 ‘원칙 없는 패배’다.”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원칙 없는 승리’를 쫓다가 ‘원칙 없는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 뉴노멀이 된 듯합니다.

    둘째는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지동설을 믿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도는 겁니다.” 제가 정치인에게 컨설팅하면서 자주 하는 말입니다. 공천 시즌이 오면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지는 법을 모르고, 자기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으면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양보해야 하는’ 정치에 적응 못할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엘리트 길을 오래 걷다 보면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하나만 같아도 동지’로 보기보다 ‘하나만 달라도 적’으로 보는데 익숙해집니다. 수십 년을 그렇게 살다 보면 다양한 생각, 다양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게 됩니다. 정치와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입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정치는 전쟁이 됩니다. 상대를 ‘이길’ 경쟁자가 아니라 ‘죽일’ 적으로 보게 됩니다. 정치와 전쟁의 차이는 퇴로를 열어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
    어떻게 물러나야 하는지도 몰라
    정치는 지고도 앞으로 가는데
    윤 대통령·이 대표 충돌 이해 못해


    “다른 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누구나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다른 생각’을 좋아합니다. 정치인·법조인·언론인·교수·관료들과의 대화보다는 예술가·과학기술자·기업인들과의 대화를 더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거나, 영화를 만들거나, 춤을 추거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하는 ‘only one’을 꿈꾸는 사람들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했어도 대량 생산하면 그저 ‘제품’일 뿐입니다. 오직 하나만 존재해야 ‘작품’입니다.

    저는 예술가들의 유니크함이 좋습니다. 그들의 인생, 작품, 인터뷰, 글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들과 얘기하면 놀라운 통찰에 늘 영감을 얻습니다. 과학자·수학자·기술자들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보는 사람들입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들을 상상합니다. 창조적 기업인들과의 대화도 즐겁습니다.

    반면 ‘number one’을 꿈꾸는 사람들은 ‘업’보다 ‘직’을 더 추구합니다. ‘온리원’을 추구하는 하는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들을 얘기가 많지만 슬프게도 ‘넘버원’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들을 얘기가 별로 없습니다.

    요즘 저는 최고 엘리트에 대한 새로운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 똑똑한 사람들이 어쩌다가 음모론에 빠지고 유튜브에 뇌를 의탁하게 되었나?”입니다.

    이건 좀 심각한 일입니다. 다음에는 이 문제를 써야할 것 같습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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