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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청년시대

    [지금은 청년시대] 또 다시 아까운 생명이 졌다

    정혜진 변호사(IHQ 법무실장·상무)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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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시 아까운 생명이 어처구니없이 졌다.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역무원 A 씨가 전 직장 동료 B 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던 끝에 살해된 것이다.

     
    가해자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자신을 불법 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합의해 주지 않아서 보복하기 위해 살해했다고 진술하였다고 한다.

     
    A 씨는 생전에 B 씨를 두 번 고소했다. 첫 번째는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이라 불법 촬영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지난해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그런데 B 씨는 한 번도 구속되지 않았다. 첫 번째 고소 때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두 번째 고소 때는 경찰이 영장 청구조차 하지 않았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주로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을 때 이루어진다. B 씨가 서울의 유명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회계 관련 자격증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고소가 이루어졌을 때는, 오히려 그만큼 재범 위험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었는데, 경찰은 오히려 영장 청구를 하지 않았다. B 씨는 당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앞으로 피해자에게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결국 A 씨는 두 번의 고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제대로 된 사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두 번의 고소로 가해자 A씨의 보복 감정만 부추기게 된 셈이 되었다.


    스토킹 범죄의 양태는 형법상 폭행, 협박, 강요, 주거침입 등으로 다양하지만 ‘노원 세 모녀 살인사건’, ‘가락동 스토킹 살인사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처럼 방치될 경우 중한 범죄로 발전하는 전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스토킹 범죄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삐뚤어진 소유욕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결국 상대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고 판단하면 상대를 파괴하는 데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스토킹 범죄의 높은 재범률과 강력 범죄로의 발전 가능성을 간과한 채, 형사소송법상의 ‘일정한 주거가 없을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을 때’, ‘도망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라는 구속 사유에만 함몰될 경우 제2, 제3의 신당역 사건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어디든 출몰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하고 고소로 인한 상대의 보복 범죄의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가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피해자도 보호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의 문제로 피해자 보호가 어려웠다면 가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

     
    스토킹 처벌법에 포함되어있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도 폐지 주장이 법 시행 전부터 계속 제기되어 왔다. 오히려 경찰이 초기에 수동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게 하고,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합의할 가능성이 높으며 거꾸로 합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상대의 보복 감정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16일 뒤늦게 스토킹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을 없애는 방안을 정부 입법을 통해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다. 아울러 가해자에 대해 접근 금지, 구금 장소 유치 등 신속한 잠정조치와 구속영장의 적극 청구 방침도 밝혔다.


    위와 같은 방침들이 구호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 작용하는 원리가 되기 위해서는 법 시행 시기를 앞당기는 방법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신당역 피해자의 첫 번째 고소는 스토킹 처벌법 시행 전 사안이라 스토킹 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반의사불벌죄 폐지 조항 역시 같은 이유로 적용이 배제되는 피해자들이 나올 수 있다.

     
    더 이상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정혜진 변호사(IHQ 법무실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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