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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김지형의 추상(抽象)과 구상(具象)] 논리인가 경험인가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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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41년에 태어나 1935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861년 하버드 로스쿨 졸업, 1866년부터 15년간 변호사 생활, 1882년 하버드 로스쿨 교수에 이어 주 대법관 부임, 61세인 1902년 공화당 소속의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대통령에 의해 연방대법관에 임용되어 30년간 재직하고 91세에 퇴임했다. 미국 법조인이 무척 존경하는 법률가 중의 한 사람이다. 연방대법원 판결문에 명문의 소수의견을 많이 내어 위대한 반대자라는 별칭을 얻었다.’ 올리버 웬들 홈스(Oliver Wendell Holmes)씨, 귀하의 프로필을 간략히 소개해 보았습니다.”

    “나쁘지 않군요. 다만, ‘반대자’라 하여 꼴통으로 오해하지 말길 바랍니다. 법 자체에 매몰되지 말고 무엇이 실질적으로 유용한 법적 판단인지 가리자고 주창했을 뿐입니다. 바로 프래그머티즘(Pragmatism) 법사상입니다. 그것이 후대에 많은 공감을 얻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반대자가 아니고 ‘위대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을까요?”

    “프래그머티즘 법사상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프래그머티즘 법사상은 1881년 출간한『코먼로』(The Common Law)에 집대성되어 있습니다. 『코먼로』는 하버드 로스쿨에서 열 두 번 강연한 것을 모아 펴낸 책입니다. 종래 법학자들은 법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규명하려 들었습니다. 어떤 이는 법적 논리의 형식적 일관성, 연속성, 안정성을 중시했습니다. 어떤 이는 법적 판단이 미치게 될 사회적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어떤 이는 사회환경의 반영을 법적 판단에서 가장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하나가 한 측면일 수 있을 지언정 그 중 어느 하나를 본질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법의 본질에 대한 탐구가 아닙니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제일 타당한 법적 판단이 무엇이냐 입니다. 그리고 그 타당성은 전체 사회에 가장 유익한 결정이라고 확인된 것에 바탕을 두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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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의 생명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다.’ 귀하가 남긴 유명한 법언입니다. 이 말이 함축하는 바도 같은 맥락이겠지요?”

    “『코먼로』 첫 강연에서 말한 네 번째 문장입니다. 법적 판단의 정당성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논리’는 합리주의, ‘경험’은 경험주의 철학사상의 각 핵심어입니다. 합리주의는 선험적 진리, 연역적 추론, 참과 거짓의 준별 등을 내세웁니다. 경험주의는 진리의 상대성, 귀납적 추론, 다양성 존중 등을 중심 사상으로 합니다. 프래그머티즘은 경험주의 철학을 준거로 합니다.”

    “그런 법철학적 사유를 하게 된 데에는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쟁입니다.”

    “뭐라고요?”

    “남북전쟁의 경험이죠. 연방군 장교로 참전했다가 가슴, 목 등에 총상을 입고 죽을 고비를 세 번이나 넘겼습니다. 전쟁에 참전한 것은 노예제 폐지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얻은 것은, 어떤 것이든 확신이야 말로 전쟁과 같은 무자비한 폭력을 낳을 수 있다는 교훈이었습니다. 누군가 옳다고 확신하는 생각도, 다른 누군가는 그와 정반대의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쪽이 다른 쪽에 자신의 믿음을 강요할 때 그들이 말하는 정의와 공평은 그 믿음을 실현하려고 벌이는 싸움을 정당화하는 구호이지 불변의 진리는 아닙니다. 어느 쪽으로든 양자택일을 요구하고 싸움에서 이긴 쪽이 정의를 독점하는 승자독식 방식은 공동체 삶의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서로 맞서는 생각들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이 폭력을 선동하지 않게 막아주는 법적 판단이 요청된다는 법사상을 찾아 나선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만나고 싶었던 ‘홈스 대법관’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 했지만
    ‘논리와 경험의 법칙’익숙한 말
    법률가 고심을 깊게 하는 열쇳말


    홈스 대법관은 가장 만나고 싶은 법률가다. 그와의 가상 인터뷰다. 홈스는 ‘논리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했지만, 논리를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어떤 명제가 절대적 진리라고 전제하고 논리의 이름으로 자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리라.

    ‘논리와 경험의 법칙.’ 우리 법률가에게도 꽤 익숙한 단어다. 특히 법관의 자유심증주의 한계나 의사표시 해석의 기준으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논리와 경험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법치의 관점을 두루 포괄한다. 법률가의 고심을 깊게 하는 열쇳말이다.

    그래서 마음먹고 홈스를 초대해 보았다. 그의 사상은 백 수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생경하지 않다. 만감이 교차한다.



    김지형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지평·전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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