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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13) 와인, 그리고 인연 ①

    특별한 와인이 특별한 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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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유명 소믈리에나 와인 전문가들을 만나면 꼭 한가지 하는 질문이 있다.

    "생애 마지막 날에 꼭 마셔보고 싶은 와인이 - 가격 불문 - 무엇인가?"

    의외로 이 질문에 즉시 답하는 분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대부분의 답은 Mouton Rothschild 1945, Cheval Blanc 1947, Margaux 1900, Henri Jayer 1978, Romanee Conti 1945 등등 비현실적인 와인들이었다.

    오래전 나는 파리의 한 미슐랭 3스타 음식점에 갔었는데, 그곳의 수석 소믈리에 한테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는 그 얼마 전에 유럽 최고의 소믈리에 대상을 수상한 적도 있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내가 이 질문을 하자 그 역시 머뭇거리다가 "잘 모르겠는데... 좀 생각해 보고 다시 와서 답하겠다"고 하더니 약 30분이 지나서 "아직도 헷갈린다. 손님이 떠나시기 전까지 답변하겠다"고 했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그가 오더니, "드디어 답을 찾았다. 나의 답에 나도 깜짝 놀랐다. 내가 생애 마지막으로 마시고 싶은 와인은 바로 Opus One 1983년산이다. 오래전 이 와인을 처음 마셨을 때 프랑스 와인이 아닌 캘리포니아와인인데 프랑스와인 - 그것도 훌륭한 프랑스와인 - 같은 향과 맛과 느낌에 엄청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의 충격과 감동을 평생 잊을 수 없다!"라고 했다.

    인생은 경험의 연속이고 우리는 어떤 경험으로부터는 감동을 받는다. 특히 충격적인 깊은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그 이후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 나는 와인이 가끔 이 경험의 한 조각이 된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에 좋은 와인을 마신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A great bottle of wine isn't for special occasions; opening one creates a special occasion!" (특별한 경우에 좋은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와인을 개봉함으로써 그 자리가 특별해지는 것이다!)

    내 주위에 크게 성공한 분들 중에 와인이 매개가 되어 중요한 인맥을 형성하고 중요한 계약을 성사 시킨 경우가 많다. 이 글 서두에 언급한 파리의 소믈리에에게 내가 그 얼마후 그 레스토랑을 다시 방문했을 때 내가 소장하고 있던Opus One 1983을 한병 선물하였다.그 후로 나는 그 예약하기 힘든 레스토랑에 예약편의는 물론 특별한 손님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얼마전에 작고한 삼성 이건희 회장께서 언젠가 신라호텔에서 전경련 회장단 만찬을 주재했는데, 그 때 준비된 와인이 맘에 안드셨던 것 같았다. 바로 비서한테 지시해 자택에서 개인 소장 와인 중 Ch. Latour 1982를 가져오라 해서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이 와인이 아니었다면 그저 평범할 뻔했었던 전경련 회장단 모임이 이 와인 덕분에 십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고, Ch. Latour 1982는 일명‘이건희 와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얼마전 시내 모 대형 백화점의 와인코너에 Ch. Latour 1982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가격이 무려 1400만 원! (사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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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와인 매장에 진열된 샤토 라투르 1982 와인 (일명 ‘이건희 와인’)

     

    독자 여러분들도 누군가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오래오래 좋은 기억을 남기게 하고 싶다면, ‘특별한’ 와인을 함께 마셔보기를 제안한다. 물론 '특별한' 와인이라고 꼭 고가의 희귀 와인일 필요는 없다.


    법률신문의 독자여러분께서 와인선정에 관하여 조언이 필요하실 경우, 제게 짤막한 사연을 보내주시면(desk@lawtimes.co.kr) 제가 성심성의껏 상황에 맞는 나름 ‘특별한’ 와인을 추천해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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