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취재수첩

    [취재수첩] 개인정보 감수성

    이용경 기자 yklee@lawtimes.co.kr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reporter_yong.jpg

    최근 하급심 법원에서 대법원이 사건 당사자의 얼굴과 실명이 노출된 상고심 공개변론 영상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인터넷에 게시한 것을 두고 초상권 침해라는 판결을 내놨다. 대법원의 공개변론 영상 게시가 사건 당사자의 초상권 침해 여부와 결부돼 판결로 이어진 것은 사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첫 판례인 만큼 법조계에선 여러 견해차를 보였다.

    먼저 판결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측의 근거는 민사든 형사든 모든 재판은 공개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법원에 대한 신뢰는 재판을 중립적이고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에서 나오는데, 한 사람의 이해관계로 이 같은 원칙의 예외를 쉽게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특히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높이기 위해 판결문 공개 확대와 재판 중계, 영상 재판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추세와도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반면 이번 판결을 긍정하는 측에선 법원도 국가 기관으로서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원이 당사자에 대한 개인정보 침해의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신중하고 주의 깊게 재판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개정 등을 통해 공개 대상과 범위, 방법 등을 더 세부적으로 논의하고 규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판의 공개가 원칙임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항상 전면적인 공개를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공개의 방법과 범위는 재판 당사자의 프라이버시 등 다른 법익 보호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사건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담당공무원에 대해선 노출된 원고의 얼굴에 대한 초상권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기대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하고, 대법원에서의 변론에 관한 규칙 제7조의2 제2항에서 그 구체적인 게시 방법을 정해두지 않았다거나 그 게시 주체가 재판기관인 법원이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며 초상권 침해 책임을 인정했다. 하급심 법원이 상급 법원인 대법원의 실책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다만 재판부는 대법원의 변론 영상 게시 조치가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는데, 개인정보 보호법상 개인정보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해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라고 규정돼 있는 만큼 상급심에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어떤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편 원·피고에게는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 각각 판결정본이 도달했지만, 양측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라 일컫는 법원이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재판 공개의 원칙과 국민의 알권리도 매우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이렇게 충돌하는 가치의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개인정보 감수성’ 기준을 세워나가야 한다.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