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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포럼

    피해자의 죽음과 국가의 책임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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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대부분 안타깝지만 정말 안타까운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고, 도대체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서 피해자의 죽음은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피해자는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가해자로부터 3년 가까이 300회가 넘게 전화와 메시지로 만나자는 요구를 받았고 영상을 유출하겠다는 협박까지 당한 끝에 결국 가해자를 고소하게 되었다. 이후 경찰이 검사를 통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기각하였다.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2021.10.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2022.8.까지 스토킹으로 입건된 7152명 중에서 254명만 구속된 통계가 보여주듯이 충분히 예상된 결과였고, 불구속 수사 원칙에 따라 법원의 입장을 이해할 수도 있다. 가해자가 당시 체포가 되었는지는 모르나 영장실질심사를 거치고 기각까지 최소한 몇 시간이라도 인치가 되었으니 크게 혼이 났으리라 짐작된다.


    2021년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입건 7152명에 구속은 254명
    불구속수사 원칙 이해하지만
    참혹한 죽음은 누구 책임인가

     

    그렇지만 가해자는 스토킹을 결코 멈추지 않았고 피해자는 견디다 못한 나머지 다시 고소를 하였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 범죄를 합쳐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았고,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도 그냥 불구속기소를 하고 말았다.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에 통상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은 사건에서 검사는 징역 9년이나 구형하면서 법원에 가해자의 구속을 촉구하였는지 모르겠고, 경찰은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접근금지 등 응급조치를 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가해자를 직위해제를 했을 뿐이고 내부망 접속을 차단하지 않아 피해자 근무지를 쉽게 찾아 낼 수가 있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스토킹범죄 3건 중 1건 이상은 사건전후에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가 벌어졌다고 하며, 반의사불벌죄이기도 하여 당연히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위해서라도 선고 전에 접근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대체 국가의 어떤 기관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는가. 법원은 보복살인이 벌어진 후에야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다며 구형과 똑같은 중형을 선고하였으나 가해자에게 화를 내기 전에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한다. 중형을 선고할 스토킹 가해자를 선고 때까지 방치하는 바람에 마지막으로 국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그야말로 참혹하게 죽은 피해자의 원망이 들리지 않는가.

     
    대책으로 법무부는 스토킹처벌법에서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폐지하겠다고 하고, 대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전자장치부착 등 조건하에 석방하는 ‘조건부석방제’를 제기하고 있으나 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스토킹 범행의 성격상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분명한 격리만이 최선의 대책이므로 가해자에 대한 구속이 불가피한 것이 아닐까.


    최근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경찰에 4번이나 신고하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까지 받았지만 대낮에 남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또 있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책임이다. 도대체 얼마나 죽어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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