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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를 위한 법

    [모두를 위한 법] “로스쿨에 감사해요!”

    김남희 임상교수 (서울대 로스쿨)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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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를 처음 만난 날을 기억한다. 지역장애인지원기관에서 만난 A는 마르고 작은 체구에 낯을 가리고 말수가 적었다. 지적장애로 가족들과 갈등을 겪다가 십대 시절에 가출한 이후로 가족과는 연락이 끊겼고, 지금은 고시원에서 기초생활수급비 등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다. A에게 어느 날 소장이 송달되는데, 9년 전 수령한 보험금을 보험회사에 반환하라는 내용이었다. A가 어찌할 바를 몰라 지역장애인지원기관에 상담하였고 나는 장애단체 활동가를 통해 사안을 알게 되었다.

    A는 9년 전 보험사기 범죄를 상습적으로 하던 전남편의 차에 치여 잠시 입원한 일이 있으나, 보험회사에서 지급한 합의금은 다른 사기범 일당이 받아 가고 A는 본인 명의 통장조차 없었다고 한다. 지적장애가 심한 A가 보험사기를 공모하여 부당한 이득을 본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A의 소송을 지원해줄 기관이나 단체를 찾기 어려워 곤란한 상황이라고 해서, 이 사건을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에서 진행하기로 하고 수업을 통해서 학생들과 함께 서면을 작성하였다.

    이것이 벌써 1년 반 전의 일인데, 그동안 두 번의 학기를 거치면서 학생들, 센터 변호사님들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여 1심, 2심 모두 승소 판결을 받을 수 있었고, 지난주 드디어 A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다. 기쁜 소식을 A에게 알려달라고 활동가에게 전하니 매우 반가워한다.

    “아! 잘 되었네요. 저는 정말 로스쿨에 감사해요!”

    로스쿨이 생기기 전에는 공익변호사들 수가 적고 사회적으로 큰 의미 있는 사건 아니면 도움받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공익사건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이 늘어나고, 로스쿨에서도 공익사건을 함께 해주니 실제 구제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활동가의 말이다.

    서울대 공익법률센터에서 수업 또는 프로보노로 여러 공익사건을 진행하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필요한 법률적 도움을 적절히 받지 못해 피해를 입는 사회적 약자들이 많음을 알게 된다. 임대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기초생활수급자, 범죄로 명의도용을 당했지만, 소송으로 싸울 능력도 돈도 부족한 결혼이주여성, 장애와 빈곤으로 소송 대응도 하기 힘들고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A와 같은 사람들이다.

    로스쿨의 사회적 의미는 무엇일까? 법조의 개혁과 선진화 논의와 맞물려서 도입된 로스쿨 제도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들이 오고 가지만, 로스쿨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이야기는 빠진 듯하다. 공익적 마인드를 가진 법률가들을 길러내는 일, 교육의 과정에서 사회와 호흡하며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일이 바로 로스쿨의 중요한 의미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소송을 함께한 학생의 소감 일부를 공유해 본다.

    “종국적으로 정의로운 결과로 마무리되어 좋은 기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뢰인과 사회에 힘을 더하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겠습니다.“


    김남희 임상교수 (서울대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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