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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Law] “로스쿨에서는 어떤 일에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 습득”

    노스웨스턴대 로스쿨 ‘렌 루비노위츠’ 교수 인터뷰

    이소은 외국변호사(미국)/가수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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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년 전 나는 노스웨스턴 로스쿨에 입학했다. 첫주부터 몰아치는 수업의 부담에 눌려 유학온 것을 후회하면서 형법 교실을 찾았다. 우리를 기다리던 백발의 교수는 웃음을 머금고 칠판에 쓰기 시작했다. “루비노위츠 씨는 나의 아버지이고, 루비노위츠 박사는 내 아내이고, 루비노위츠 교수는 내 딸입니다. 나는 그냥 렌입니다!”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고 수업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졌다. 예일 로스쿨 졸업, 연방 정부 기관 변호사, 50년 동안 민권, 헌법, 공익법, 형법 정교수 - 화려한 이력, 날카로운 논리와 동시에 따뜻한 위트와 유머를 가진 렌은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시간을 내주었고, 나는 렌 사무실의 폭신한 소파에 앉아 형법 질문을 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고, 법과 관련 없는 삶의 이야기를 나눴다. 졸업식에서 내 이름을 호명하여 손에 졸업장을 직접 수여한 분도, 졸업 후 컨퍼런스 연사로 로스쿨을 방문했을 때 행사에서 나를 소개한 분 역시 렌이었다. 교수-제자, 멘토-멘티, 그리고 동료로 이어온 우리 관계의 모습처럼 3시간 동안 나눈 대화는 자유자재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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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9시 정각에 익숙한 계단을 올라 미시간 호수가 보이는 렌 사무실에 도착했다. 사무실의 문에는 여러 분야로 진출한 제자들의 행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과 기사가 붙어 있었다. 렌은 늘 법조인의 배경으로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어를 강조했다. “로스쿨에서는 어떤 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을 습득하게 되죠. 제자 중에 변호사, 판사, 검사뿐만 아니라 동화책 작가, 심리학자, 비영리단체 설립자, 스포츠 에이전트도 있어요.” 렌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변호인팀에 대한 책을 집필하면서 법조인의 다양한 자질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있다. “Advocacy와 문제 해결 능력은 모든 일의 바탕이 됩니다. 학생들이 커리어에 대해 고민할 때 'What do you care about?'라고 질문하죠. 답이 정통의 길이 아니라도 괜찮다고, 가능성을 좁히지 말고 넓은 시야를 가지라고 해요.”

    제자 중에는 판사·검사뿐 아니라

    동화작가·스포츠 에이전트도
    로스쿨 졸업할 당시 로펌 취업 아닌

    민권운동에 더 많은 관심


    렌 교수가 1968년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기 한 달 전, 민권 운동의 심장이었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했고 미국 사회는 혼란에 빠졌다. 이 사건이 신입 법조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전반적인 커리어의 방향에 큰 역할을 했지요. 그 중요성과 무게를 나중에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로스쿨을 졸업하면 대형 로펌에서 파트너로 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난 로펌에 관심이 없었어요. 민권에 관심이 많은 동기들에게 영향을 받아서인지 늘 그쪽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렌 교수는 졸업 후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 기관인 주택 도시 개발부 변호사, 시카고 지역 도시 개발부, 노스웨스턴대 학부에서 법과 도시 정책 교수를 거쳐 로스쿨에서 정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를 통해 주택 정책에 내재되어 있는 인종차별을 조명하고 공평한 정책을 촉구하는 수많은 저서와 논문을 썼다. “권력과 부의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법조인의 적극적인 노력은 반드시 필요해요.” 수년간 공익법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로스쿨의 공익법 펠로우십은 렌 교수의 성함을 따서 루비노위츠 펠로우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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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60년은 민권 운동으로 격동의 시대였다. 1954년 브라운 대 교육부 대법원 사건으로 공립 학교는 통합되었고 1964-65년 민권법과 투표권리법이 통과됨으로써 인종으로 미국 사회를 분리했던 짐 크로우 법은 폐지되었다. 하지만 사회와 시민의식은 곧바로 변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인종으로 인한 차별과 분열은 여전하다. 그 시기를 경험한 렌 교수가 현재 팽배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인종과 계층 간 갈등, 각종 음모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60년대엔 이 나라의 많은 도시들은 불에 타고 있었습니다. 분열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엄청나게 혼란스러운 시기였죠. 그런 면에서 오늘과 연결이 되어 있어요. 다른 점은, 현재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완전히 다른 형태라는 거죠. 예전에도 좌우 모두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지만, 오늘처럼 공정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리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었어요.“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

    ‘약자 대변’ 법조인의 적극적 노력 필요


    한국과 미국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경제적 불평등과 정치적 분열은 점점 심화되고, 미디어와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한 불신 역시 높다. 갤럽에서 최근에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미 대법원의 신뢰도는 25%로 지난 50여 년 역사상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에 미래의 법조인을 양성하는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내 시험지에 'CA?'로 표시한 걸 기억 하나요? 늘 Counterargument(반론)를 생각하라는 겁니다. 평등, 권리, 정의. 이 개념은 당사자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어요. 사회 분열의 각 진영이 주장하는 내용은 시간이 갈수록 논리가 빈약하고 설득력이 약합니다. 상대의 입장에서 그 환경을 이해하고 내 주장의 반론을 고민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자신의 성향이나 주장 안에서만 머무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게으르고 정확하지 못한 거죠. 반론을 통해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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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에게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교수로서의 삶에서 학생들과의 관계맺음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로스쿨 때 느꼈던 교수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고 미래의 동료들과의 연결을 방해할 수 있는 건 없애자고 생각했죠. 사무실 책상을 옆으로 치운 것도 같은 이유죠.” 렌 오피스의 모든 가구는 벽에 붙어 있고, 그 중심에는 학생과의 대화를 위한 소파가 놓여 있었다.

      

    60년대 미국 혼란 시기에도  

    선출된 리더는 부정하는 사람 없어

     

    그가 집필하는 마틴 루터 킹 변호인에 대한 책 마지막 챕터는 용기에 대한 것이다. 법조계 시스템 안에서의 용기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삶에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상당한 위험에 맞서는 용기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어려움의 정도와 색채는 다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다.


    렌이 가르치는 “법과 사회 변화"라는 수업이 있다. 특정 법률을 다루는 한 사건의 결과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도미노 효과를 분석한 이 수업에서 렌은 말하곤 했다. 변화는 늘 천천히 “one case at a time” 일어나는 것이라고. 대화를 마치고 로스쿨 건물을 빠져나와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사건 하나하나가 모여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듯, 렌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학생 한 명 한 명을 단련시키고 감화시키며 사회를 바꾸고 있었다. One student at a time. 

     

     

    이소은 외국변호사(미국)/가수 

     


    [ 인터뷰 원문 ]

     

     

    Thirteen years ago, I matriculated at Northwestern Pritzker School of Law. Mentally exhausted and already regretting my decision to study law, I arrived at my first Criminal Law class. The professor, with his white hair and amused smile, began by writing on the board: “Mr. Rubinowitz is my father, Dr. Rubinowitz is my wife, Professor Rubinowitz is my daughter, and I am just Len.” Laughter filled the classroom and the atmosphere instantly shifted. That was my introduction to Len. His CV is admirable - a degree from Yale Law School, attorney with the federal government, over fifty years of teaching Civil Rights, Constitutional Law, Public Interest Law and Criminal Law with numerous teaching awards. But more than anything else, his warm wit, humor and generosity define him best. I became a regular at his office - sitting on the light brown sofa asking questions about Criminal law and advice about my future, and exchanging stories that had nothing to do with anything remotely legal. At graduation, Len called my name from the podium as I received my diploma. Many years later, he introduced me at a law school conference I attended as a speaker. The various relationships I have had with Len - first as a professor, a mentor, a colleague, and most importantly a friend, were reflected in our three-hour conversation about law and life and everything in between. 


    At the law school building I climb the familiar stairs and arrive at Len’s office overlooking Lake Michigan. His office door is decorated with articles and pictures showcasing the careers of many former students. Len, somewhat unconventional, always emphasized the many different paths one could pursue, with a law degree and in spite of it. “A law degree equips you with transferable skills that are useful in many careers. Former students have gone on to become not only lawyers, judges, and prosecutors, but also children’s book authors, therapists, non profit organization founders, media consultants and sports agents.” Len tells me about a book he is writing about Martin Luther King Jr.’s lawyers. “I am discovering more skills that lawyers possess through research for this book. It comes down to advocacy and problem solving, which are fundamental in so many disciplines. When students struggle with questions about their careers, I always ask, ‘What do you care about?’ If the answer is off the traditional path, so be it. The first thing you do won’t be the last thing you do.” 


    Less than a month before Len graduated from Yale Law School in 1968, Martin Luther King was assassinated. I wonder how this tragic event affected a newly minted lawyer. “It influenced the general direction of my career. I don’t think I fully appreciated its magnitude until later. Back then, and to a certain extent even now, the traditional path after graduation was rising in the ranks to partnership at a big firm. But I was never interested in doing business work at a law firm. I was leaning toward public interest from the beginning.” 


    Len began his career at the US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His professional experience includes working at Region 5 Department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 and as a Professor of Law and Urban Affairs at Northwestern University before he settled at the law school, where he has taught since 1975. He wrote books and articles on discrimination within housing policy and affecting social change through litigation. “Power and wealth inequality is extraordinary, which means many people and issues are not represented in the legal system without lawyers making commitments to fill those huge gaps.” In recognition of his commitment to public interest law, the students renamed the school’s Student Funded Public Interest Fellowship the Len Rubinowitz Public Interest Fellowship in 2001.  


    The Civil Rights movement of the 1950-1960s significantly altered American society. The seminal case Brown v. Board of Education in 1954 integrated public schools. The passage of the Civil Rights Act of 1964 and the Voting Rights Act of 1965 ended legal segregation based on race. These legislative changes, however, did not immediately transform peoples’ lived experience. To this day, discrimation and division on racial grounds are ongoing. I ask Len how the past compares to the problems of today: public distrust, racial and economic disparity, fake news and threats to democracy. “The 50s and 60s were tumultuous and frightening times. Cities were literally burning. It was severely divisive. In that way, then and now aren’t so disconnected. What is disconnected now is that distrust of government is at a different level and takes a different form. In those days, everyone was critical of the government in all sorts of ways, both on the left and right. But no one was suggesting that whoever was elected through a fair election wasn’t really elected.” 


    Korea and the US face similar problems. Economic inequality and political division are deepening. Distrust in the media and institutions charged with upholding the law has never been greater. A recent Gallup poll shows that confidence in the US Supreme Court is at 25%, the lowest it has been in almost 50 years. With significant skepticism of the legal system, I am curious what he sees as integral in training the next generation of lawyers. “Do you remember what I wrote in my exams, “CA?” The message is to always think of the counterargument. Fairness, rights, justice - these can be contested and argued differently depending on who one is advocating for. One of the challenges is to encourage ourselves and others to put ourselves in other people’s shoes, to really listen to one another. With polarization, it is difficult to stay within the frameworks that we’ve used before. And as lawyers it is being loose and sloppy to just stay where you are politically. Counterarguments serve as one way to achieve more empathy and a real understanding of the issue.”  


    Asked if there is a specific reason he wants to be called Len instead of a title, he laughs and replies, “I just like my name.” He continues, “I knew that in my life as a professor, relationships would be the most important to me. I never felt a connection with professors when I was in law school. I wanted to connect with my students. So I decided to get rid of any barriers to building those relationships. Same way that this desk in my office was designed to be a barrier so I moved it out of the way.” Looking around, I notice that all the furniture in Len’s office is pushed against the wall. In the center of the room is the couch I am sitting on, the same couch where I,  and so many other students, sat for countless conversations.  


    Len’s new book about Martin Luther King’’s lawyers ends with a chapter on courage. It refers to courage not only within the legal system: racist judges, juries, opposing counsel, etc., but also outside the legal system, such as death threats, bombings, social ostracism and dangers in everyday individual lives. Circumstances and environments change, and external and internal threats take new forms, but courage seems to be the one constant thing that the world needs most. 


    Len teaches a class entitled, “Law and Social Change”, which examines the effects that cases dealing with one specific law can have on society as a whole. In class he would often say that change happens slowly, one case at a time. As I leave the building and walk down Chicago Avenue, I realize that Len has been bringing about fundamental social change too. He is doing this work through his public interest advocacy, but most of all through his fifty years of teaching - by training our minds, challenging our views, and changing us, one student at a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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