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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삼중으로 고향 없는 사람의 탄식”… 말러의 교향곡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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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살아있을 때 세계적 지휘자였지만 작곡가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사후 반세기쯤 지난 1960-61년에야 1차 말러 붐이 일어나면서 주요 교향곡 작곡가로 등극하는데, 탄생 100주년과 서거 50주기가 2년에 걸쳐 붙어있었던 덕을 봤다. 50년 후인 2010-11년에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었고 이번에는 그 파고가 더 컸다. 두 해 동안 세계 콘서트홀에서 말러 교향곡의 연주회수가 베토벤에게 필적했다고 하니 말이다. 말러 교향곡의 평균 연주시간이 베토벤보다 훨씬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주시간 기준으로는 잠시 역전했을 수도 있겠다.



    말러는 오스트리아 국적이지만 유대인이었다. 게다가 태어난 곳은 보헤미아 한복판의 독일어 사용지역이었다. “나는 삼중으로 고향이 없는 사람이어서 오스트리아에서는 보헤미아 사람이요, 독일에서는 오스트리아 사람이며, 세계에서는 유대인입니다. 어디를 가도 이방인이요, 어디에서도 환영을 받지 못합니다.”라는 푸념은 자신의 근원이 반영된 것이요, 그 탄식은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작곡가의 개인적 감정이 가장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투영된 느낌을 주는 것은 말러 음악의 매력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후기 낭만주의자로서 만년으로 갈수록 철학적이고 인생의 체념 같은 것을 느끼게 하는 대편성의 긴 교향곡을 작곡했다. 본질적으로 탐미적인 그의 교향곡은 낭만주의의 풍성한 전통이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다다른, 그 순간의 허물어질 듯 기이하고 아름다운 미감으로 가득하다. 길고 복잡한 악장이 많아서 전통적인 형식 분석으로는 그 구조를 파악하기도 힘들 정도로 난삽한 면도 있다. 그럼에도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라는 클래식 음악의 기본적인 틀만큼은 아슬아슬하게 지켜나간다. 학자마다, 지휘자마다 말러의 곡을 달리 분석하는 것은 당연하고, 얼마든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점은 감상자에게 우주적인 스케일을 선사한다.

    말러의 교향곡은 9번까지 완성되었고 10번은 미완성 상태로 남았다. 8번과 9번 사이에 쓴 ‘대지의 노래’란 곡도 있는데, 두 명의 독창자가 딸린 사실상의 관현악 반주의 가곡집이므로 교향곡 목록에서 빼도 된다. 따라서 ‘말러 교향곡 전집’이라고 할 때는 열한 곡 전체가 아니라 ‘대지의 노래’를 빼거나, 미완성인 10번을 빼거나, 번호가 붙은 완성작 아홉 곡만을 가리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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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러 교향곡의 전곡 영상으로는 우선 1차 말러 붐 조성에 앞장섰던 레너드 번스타인이 빈 필을 지휘한 만년의 산물(5번 실황은 유튜브 링크 참조)이 있다. 번스타인은 유대인이고 작곡가이자 지휘자란 점에서 말러와 자신을 상당히 동일시한 것 같다. 주관이 강한 해석이지만 지휘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베를린 필을 떠난 후 스위스에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창단하고 매년 한 곡씩 말러 교향곡을 연주해 나갔는데, 건강 문제로 가장 대곡인 8번을 남겨둔 채 세상을 떠난 바람에 전집 영상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러 연주의 교과서처럼 인기가 높다. 리카르도 샤이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말러를 계속 영상으로 발매했는데, 아쉽게도 3번이 빠져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샤이에 대한 선호와 빼어난 화질, 음질 덕분에 이 시리즈를 좋아한다. 파보 예르비는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 음악감독 시절에 연주한 말러 전집 영상이 있다. 특히 이중 에버바흐 수도원 실황들은 음향이 특별하다. 말러치고는 간결하고 명쾌한 해석도 독보적이다. 전체 11곡이 모두 담긴 영상으로는 말러 기념해였던 2010-11년 암스테르담의 로열 콘서트 허바우 실황(사진 참조)이 있다. 당시 음악감독 마리스 얀손스를 비롯한 여러 지휘자가 나누어 연주한다. 이 오케스트라는 말러 생전에 그 가치를 가장 먼저 알아보고 여러 번 연주한 악단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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