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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Dr.K의 와인여정] (16) 와인, 그리고 개성

    다양성과 획일성, 평판과 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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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putation is what people think of you. Character is what you are!” (평판이란 세상 사람들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이고, 개성이야말로 진정한 너 자신이다!)

    내가 최근에 본 영화 King’s Man 3편에서 주인공 Duke of Oxford가 그의 외아들 Conrad에게 한 대사다. 내가 평소 와인에 대해 견지해 오던 나의 소신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라 퍽 인상적이었다.

    2015년 나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wine merchants(‘네고시앙’이라고 한다)와 와인평론가 모임에 참석하여 간단한 주제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주제는 ‘최근 와인업계의 추세에 대한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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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Elef 작가의 “Sakura and Sassicaia 1985” 스케치 작품.

     

    요약하면 1) 주요 와인평론가들의 영향력이 날로 증대되고 있고, 2) 그들이 와인, 생산자 특히 와인시장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3) 여러 와인생산자들이 각자 수백 년 동안 지켜오던 전통을 포기하고 영향력 있는 와인평론가들의 구미에 맞는 와인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Robert Parker가 높은 점수를 주면 해당 와인가격이 급등하니 그렇게 하지 않을 와인생산자가 몇이나 될까!

    4) 각 와인의 character(개성)가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한다.

    수백 년 동안 여러 세대를 거치며 형성된 그들만의 역사와 전통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모든 와인명가들이 거의 비슷한 맛과 향의 와인을 생산한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안타깝고 끔찍한 일인가! (얼마 전 강남에서 잘 나가는 성형외과 원장도 "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특정 유명연예인 사진을 가져와서 똑같이 만들어 달라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많은 젊은이들의 외모가 비슷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나는 와인을 마시며 와인을 통하여 인생을 관조하며 반추하고 그 의미를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각 와인마다 각기 다른 인생을 표현한다고 생각하고 그 와인에 걸맞는 인생을 그려보고 구체적인 인물 등을 상정해보곤 한다. 다시 말해 각 와인의 character(개성)와 어떤 인생(관)을 연관지어 보는 것은 참 흥미 있는 일이다.

    나는 오래전에 일본의 히도쓰바시대학(一橋大學)이라는 곳에서 교수 생활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대학의 캠퍼스는 도쿄 근처의 구니다찌(國立市)라는 소도시에 있는데, 봄이면 화려하게 만개하는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어느 봄날 친하게 지내던 일본인 동료 교수와 함께 교정 근처의 벚꽃이 만발한 길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이 벚꽃이 바로 일본인-특히 사무라이-의 정신과 인생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오랫동안 묵묵히 (칼을 갈며) 지내다가 순식간에 화려한 불꽃처럼 산화하는 극적인 인생관!’

    그날 저녁 그 동료 교수(그도 와인 애호가였다)와 히도쓰바시대학의 동문이며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R 사(당시 R 사의 와인리스트가 장안의 화제가 될 정도로 일본에 와인 붐이 일고 있었다)의 창업자 M 회장(그도 와인에 관심이 지대하다)과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되어있었기에 각자 일본인의 벚꽃정신을 표현하는 와인을 한 병씩 가지고 나오기로 하였다.

    동료 교수는 Opus One 1994, M 회장은 이탈리아 와인 Frescobaldi의 Nippozano (굳이 빈티지가 중요한 급의 와인은 아니다), 나는 역시 이탈리아 와인인 Sassicaia 1985를 가지고 나갔다. (M 회장 와인이 가장 저가였다. 부의 규모와 와인 취향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모두 나름 이유 있는 선택이었지만, 나의 압도적인 판정승이었다. (내가 설명(합리화?)을 좀 설득력 있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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