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떠오르는 스타 나딘 시에라의 <라 트라비아타>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2_classic.jpg

     

    비올레타는 아마도 가장 많은 오페라 팬들이 사랑하는 이름일 것이다. 주세페 베르디의 걸작 <라 트라비아타>(1853)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비올레타는 순결한 여인이기는커녕 ‘코르티잔’이다. 코르티잔은 ‘비싼 창녀’로 인식되곤 하지만 이 오페라의 무대인 19세기의 프랑스 파리에서는 좀 달랐다. 하룻밤 화대로 몸을 파는 여인이 아니라 의식주 일체를 제공하는 후원자의 공개적인 애인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적어도 그 기간에는 한 남자의 여인인 것이 원칙이었다. 물론 ‘화류계 여자’ 취급을 받았지만 유명 코르티잔은 귀족부인 못지않은 호사스런 생활을 했고, 파리 사람들은 연예인을 바라보듯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십거리로 삼았다. 후원자 입장에서는 이 정도 여자를 데리고 다닐 재력이 된다는 자랑거리에 가까웠고, 여자의 젊음이 지나갈 나이가 되면 다른 코르티잔으로 바꿔버렸다.




    물론 <라 트라비아타>가 명작이 된 것은 베르디 덕분이다. 그가 온 마음을 다해 곡을 쓸 수 있었던 배경은 첫 아내와 사별한 후 사랑했던 소프라노 주세피나 스트레포니에 있었다. 몰락한 집안 출신인 스트레포니는 부유한 성악가, 그다음에는 극장 지배인의 도움을 받아 모친과 가족을 부양했는데, 베르디와 사랑에 빠졌을 때는 벌써 사생아만 여럿 두고 있었다. 두 사람의 사귐이 손가락질을 받자 스트레포니는 은퇴해버리고 혼자 파리로 건너가는데, 베르디가 찾아가 실화에 입각한 <카멜리아의 여인>이라는 연극을 함께 봤다. 정신은 고결하지만 육체가 타락했다는 이유로 비극에 빠지는 여주인공을 보면서 베르디는 스트레포니도 마찬가지라고 느꼈고 두 사람이 펑펑 울었다고 한다. 게다가 베르디는 오페라 속에 죽은 첫 아내가 연상되는 장면도 슬쩍 포함시켰다. 가장 사랑한 두 여인을 담았으니 얼마나 절절한 마음으로 썼을 것인가!

     

    182756.jpg

      

    <라 트라비아타>는 ‘프리마 돈나’ 즉 주역 여가수를 위한 오페라다. 여성 주역의 중요도가 남성 주역보다 극적으로, 음악적으로 훨씬 크다. 그래서 공연의 성패는 거의 전적으로 소프라노에 달렸다. 음반으로 가장 감동적인 비올레타가 내년에 탄생 100주년을 맞는 마리아 칼라스였다면 영상으로는 안젤라 게오르규, 안나 네트렙코였다. 여기에 새로 한 명의 후보자가 생겼다. 플로리다 출신의 라틴계 미국 소프라노 나딘 시에라(1988-)다. <리골레토>,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히로인으로 명성을 쌓은 시에라는 콘서트에서 여러 번 비올레타를 불렀지만 전막으로는 작년 9월 피렌체의 마지오 무지칼레 피오렌티노 무대에 처음 올랐다. 이 실황이 얼마 전 블루레이와 DVD로 출시되었다. 연출가 다비데 리베르모르는 비올레타를 현대의 사진 모델로 설정해 시에라의 이국적 용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살렸다. 비올레타의 비극적 상황과는 조금 어긋난 연출이지만 성악적으로 시에라는 게오르규와 네트렙코보다도 인상적이다. 맘껏 소리 지르는 경우에도 놀라운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

      

    물론 이 실황도 약점은 있다. 알프레도를 부른 테너 프란체스코 멜리는 감정적인 뉘앙스와 리듬 처리가 너무 단순하고, 백전노장 주빈 메타의 지휘도 멜리가 노래할 때마다 기계적인 박자로 일관하고 만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건 노익장 바리톤 레오 누치(제르몽 역)다. 만 79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넉넉한 호흡과 베르디에 최적화된 발성으로 놀라움을 안겨준다. 오페라 가수들의 공연 일정을 수록한 사이트를 찾아보니 나딘 시에라는 10월 25일부터 내년 3월까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18회나 비올레타를 부른다. 아마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것이다. 레오 누치는 어떨까? 1942년생이지만 내년에도 큰 공연들이 잡혀있고 2024년 10~11월에도 누치를 대표하는 레퍼토리인 <리골레토> 출연 일정이 보인다. 젊은 나딘 시에라 만세! 늙은 레오 누치 만세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