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서울고등법원이 선고한 판결 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 내린 처분에 관한 판결 201건(파기환송심 포함)을 전수조사했다. 각 기업을 대리한 로펌과 변호사, 각 기업에 대해 공정위가 부과한 원처분 과징금액, 서울고법이 취소한 과징금액 등의 데이터가 종합집계됐다. 결과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을 통해 사회연결망 분석(SNA, Social Network Analysis) 툴로 분석했다. 공정위, 기업, 로펌은 각기 다른 원으로 표시됐다. 공정위가 기업에 한 과징금 부과 처분, 로펌이 기업에 대해서 한 소송 대리 행위는 원 사이의 화살표로 표시됐다. 원의 크기가 클수록, 원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높은 밀접도를 반영한다. 이번 보도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둘러싸고 공정위, 기업, 로펌이 맺고 있는 첨예한 관계도를 가시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최근 3년 간 공정위가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4832억 가운데 3분의 1 가량에 해당하는 1388억 원이 기업에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 율촌 등 3개 대형로펌이 대리한 사건에서 취소된 과징금액은 전체 과징금 취소금액의 80%를 상회한다. 기업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처분을 대형로펌들이 성공적으로 저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로펌의 공정거래 전문가들이 활발히 활약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정위의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한 결과다. 공정위가 부과한 처분의 상당 부분이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하고 취소됐기 때문이다. 행정 집행이 엄밀하게 이뤄지지 않아, 소송을 통해 결과를 돌리는 데 또 다시 행정력이 낭비된 셈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현재 상황을 명확하게 진단하여야 한다. 과징금을 둘러싼 불투명한 데이터를 가시적으로 드러낸 이번 보도가 공정위의 엄밀하고 효율적인 행정 집행을 위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