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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K의 와인여정] (18) 와인감상

    개의 청각과 후각을 가진 천재 음악가와 함께한 와인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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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지금까지 많은 분들과 함께 와인을 마셔보았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분들 중 한 분은 음악가였다. 독일의 세계적인 교향악단 지휘자였는데 그는 일명 ‘신이 내린 절대음감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교향악단 단원들의 미세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엄격함으로 명성(원성?)이 자자하던 이였다(우리 같은 범인의 귀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음의 차이를 그는 귀신같이 잡아내곤 하였다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단원들 사이에서는 그를 ‘개의 귀를 가진 사나이’라 부르곤 했다. 개는 인간보다 청각능력이 최소 4배 이상 뛰어나고 음원의 위치 파악도 인간보다 수십배 뛰어나다고 한다.

    내가 처음 그를 알게 된 것은 2015년 그를 내게 소개해 준 현지 언론인 덕분이었다. 그 언론인 역시 와인을 좋아하는 미식가였다. 나와 가끔 와인을 즐기곤 했는데, 어느 날 ‘청각이 뛰어나면 후각과 미각도 뛰어날까?’라는 주제로 논쟁이 붙었다. 그리하여 그가 그 음악가와 함께 와인을 마실 자리를 주선하였다. 장소는 베를린의 어느 미슐랭 2스타 음식점으로 예약하고 나는 Ch. Montrose 1990과 Ch. Mouton Rothschild 1982를 가지고 나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 10개를 꼽으라면 그중에 꼭 포함될 와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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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음악가는 방금 리허설을 끝내고 바로 오는 길이라며 검은색 정장에 흰색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내가 가져간 와인을 보고 놀라는 것 같았다. 자기 형편에 이런 와인을 쉽게 마실 수는 없는데(명성만큼 수입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았다), 이렇게 좋은 와인을 마시게 되어 감사하고 기쁘다고 했다. 이 두 가지 와인을 마시면서 나는 그 와인들의 기본 특성과 성격 등을 설명하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그가 이 와인을 처음 마시며 어떤 느낌을 이야기할까 - 과연 그의 코와 혀가 그의 귀만큼 뛰어날까, 그의 음악세계, 정신세계로 내가 최고로 평가하는 이 와인들에 대하여 뭐라할까 - 가 무척 궁금하였다. 그를 알아보고 특별히 메뉴를 배려해 준 마스터셰프도 내가 가져간 와인을 한 잔씩 마시며 우리 대화에 끼어들곤 했다.

    나는 그의 관심을 자극하기 위해 우선 Ch. Montrose 1990은 베토벤의 음악, 특히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연상시키며, Ch. Mouton 1982는 모차르트, 특히 그의 교향곡을 연상시킨다고 했더니, 그가 깜짝 놀라며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우선 Ch. Montrose 1990은 뛰어난 기후조건을 가진 해는 아니었지만 생산자의 각고의 노력으로 훌륭한 걸작이 만들어진 와인이고; Ch. Mouton 1982는 그야말로 하늘의 축복을 듬뿍 받은데다가 천재성을 가진 인간이 크게 노력하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만들어 낸 명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내 손을 콱 잡더니 “분더바(Wunderbar)!”(영어로 Wonderful!)라 하면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악보를 비교해보면 베토벤은 곡을 쓰면서 수도 없이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곡을 완성한 반면에 모차르트는 한번에 주-욱 써내려갔다. 모차르트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천재였고 베토벤은 인간으로서의 노력이 그의 천재성을 완성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라며 동의하였다. 그날 우리는 와인과 음악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실은 그의 ‘와인에 대한 음악적 해석’을 주로 경청하는 자리였다).

    그날 내가 놀란 것은 그의 음악적 재능보다는 그의 놀라운 후각과 미각, 그리고 와인의 여러 섬세한 특성들을 음악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표현하는 그의 창의적인 천재성(inspiration)이었다. 그리고 개의 후각은 인간의 후각보다 1만 배 더 뛰어나다는 과학적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날 이후 나는 Ch. Montrose 1990을 마실 때마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연상하게 되었고, Ch. Mouton Rothschild 1982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이 귀에 울리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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