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Law & Culture

    [고승철의 문향(文香) 오디세이] 한국가곡(K아트송), 세계무대 진출 갈망한다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2022_odyssey.jpg

     

    ‘K Art Song’이 무엇일까. 9월 16일 미국 미시건대학교 미술관에서 열린 공연 포스터에 실린 문구이다. 알고 보니 ‘한국가곡’이다. 한국가곡 연구자 매튜 톰슨 교수가 주도한 이 음악회에서 성악가 잭 모린은 <봄처녀>와 <명태>를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불렀다. 유튜브로 검색해 이 공연을 보니 한국 가곡은 청중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예술의전당 마당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아이다 가리풀리나가 내한(來韓) 공연 때 부른 <그리운 금강산>이 가끔 나온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 정서를 절묘하게 표현한 절창이다. 조수미 소프라노도 해외 공연 때 자주 한국가곡을 부른다.

    한국가곡은 100년 역사를 맞았다. 1920년대 초에 홍난파, 박태준, 현제명 등 선구자 역할을 한 작곡가들이 <봉선화> <산들바람> <동무생각> 등 주옥 같은 노래를 지었다. 서양음악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감성을 녹인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 것이다. 채동선, 이흥렬, 김성태, 김동진, 김순남 등 거장들이 잇달아 활동했고 김연준, 김순애, 장일남, 최영섭, 이수인, 이안삼 등이 뒤따랐다.

    1970년대에만 해도 윤해영 시, 조두남 곡 <선구자>는 대학생 시위 때 으레 불리던 단골 레퍼토리였다. 1980년대엔 한국가곡에 대한 인기가 치솟아 TV 저녁 9시 뉴스 직전의 ‘황금 시간’에 한 곡이 방영되었다. 엄정행, 이규도, 백남옥, 신영조, 박인수, 김성길 등은 여기에 무시로 등장하는 스타 성악가였다.

    그러던 한국가곡이 언제부터인가 시들해졌다. 몇몇 작곡가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음악 교과서에서 추방되었고 대중음악이 성행하는 바람에 방송에서도 외면당했다. 클래식 전문방송인 KBS FM에서는 하루 30분씩 방송하던 한국가곡 프로그램이 달랑 20분으로 줄었다. KBS의 대형 음악 프로그램인 ‘열린 음악회’에서도 한국가곡은 찬밥 신세다.

    음악에 대한 방송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방송의 외면 속에서도 한국가곡을 발전시키려는 음악인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김효근, 윤학준, 임긍수, 정애련, 최진, 한성훈 등 현역 작곡가는 새로운 감각의 명곡을 끊임없이 빚어내고 있다. 여러 아마추어 합창단에서는 이런 ‘신(新)가곡’을 즐겨 부른다.

    ‘독일에 리트가 있다면 우리에겐 한국가곡이 있다’는 기치 아래 2008년 설립된 세일음악문화재단은 매월 셋째 목요일에 한국가곡 공연을 열고 해마다 작곡, 성악 콩쿠르를 개최한다. 한국가곡을 사랑한 기업인 정승일 회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재단이다. 10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14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공연에서 설립자의 따님인 메조 소프라노 정수연 이사장은 “온갖 기계음과 마이크 소리에 익숙해진 우리의 청각을 아름다운 목소리 하나로 정화시켜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 인사말에서 밝혔다.

    트로트, 뮤지컬의 경연대회가 여러 방송에서 우후죽순처럼 열릴 때 필자는 몇몇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한국가곡 경연대회를 추진하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다가 무안을 당했다. 한국가곡은 연예 영역이 아니므로 PD들이 달가워하지 않고 흥행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K팝에 이어 K아트송이 세계를 무대로 널리 퍼질 날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린다.


    고승철 언론인·저술가(전 동아일보 출판국장)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