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미술의 창

    [미술의 창] 말의 천재 피카소 “그림 그리는 건 맹인(盲人)의 직업”

    케이트 림 (아트플랫폼아시아(APA) 대표)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82182_kate.jpg2022_art_kate.jpg

     

    현대의 많은 미술가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북을 통해 자기 작품의 이미지를 올려놓고 홍보한다. 그 이미지 밑에는 해시태그 몇 개로 연결된 단어들이 있다. 이 분절된 단어들은 계속 퍼뜨려지고 반복되지만, 미술의 정수(精髓)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찾기는 힘들다.

    피카소는 그림의 천재였지만 창작을 위해 천착한 자신의 경험을 시적(詩的)인 언어로 풀어내는 말의 천재이기도 했다. 지난 칼럼에서 나는 “예술은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거짓말이다”라는 피카소의 말을 소개하고 큐비즘을 설명했다. 그 외에도 피카소는 주옥같은 말들을 남겼다.

    피카소는 “나는 라파엘처럼 그리는데 4년이 걸렸고 어린아이처럼 그리는데 평생이 걸렸다”라는 말했다. 또 “프로같이 규칙을 배워라. 그러면 규칙을 깰 수 있다(Learn the rules like a pro. So you can break them like an artist.)”고도 했다. 이 두 말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라파엘은 이태리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역사화, 종교화, 인물화의 다양한 주제를 탁월하게 섭렵한 당대의 천재였다. 피카소가 라파엘의 신(神)같은 기법을 정복하는데 4년밖에 안 걸렸다는 말에는 피카소 특유의 ‘용서할만한 뻥’이 들어가 있다.

    182918.jpg
    (왼쪽) Raphael, “Le f ornarina”, 유화 (1518-1519) 
     (오른쪽) Picasso, “Girl before a mirror”, 유화 (1932)

     

    그러나 피카소는 대가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졌는지를 철저히 배우는 것이 먼저라는 점을 분명히 얘기한다. 그는 실제로 ‘규칙’을 배우기 위해 대가들의 그림을 엄청나게 많이 따라서 그려 보았다. 이 과정에서 피카소는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한 질문들을 던졌다. 이런 질문들이다. “(초상화를 그릴 때) 얼굴 위(on the face)에 있는 것을 그려야 하나, 얼굴 내부(inside the face)를 그려야 하나, 아니면 얼굴 뒤(behind the face)를 그려야 하나?” “누가 사람의 얼굴을 더 똑바르게 볼까? 사진가? 거울? 아니면 화가?”

    이렇게 어린아이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피카소는 대가들이 성취한 규칙을 예술적으로 깰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그래서 그는 “어른이 된 후에도 어린아이로 남아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피카소는 그림에 대해 특이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건 맹인(盲人)의 직업이다. 그는 자기가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을 그리며, 스스로에게 말한 것을 그린다.” 이 말은 피카소 그림 전체에 흐르는 철학이다. 그 맥락에서 “다른 사람들은 있는 것을 그리고 ‘왜(why)’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나는 있을 수 있는 것을 그리고 ‘왜 안 돼(why not)’라고 질문한다”라고 말한다. “예술은 진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거짓말”이란 말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피카소는 미술 작품에서 의미를 너무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도 했다. “사람들은 이 세상 모든 것과 모든 인간들한테서 의미를 찾으려고 한다. 그것은 우리 시대의 질병이다.” 또 “모든 사람들이 미술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럼 왜 새의 노래는 이해하지 않고도 즐기지? 왜 우리는 어두운 밤이나 꽃같이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이해하지 않고도 사랑하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평론가들은 피카소의 작품을 설명할 때뿐만 아니라 다른 미술 작품을 설명할 때도 피카소의 말을 끊임없이 인용하고 재해석한다. 피카소의 말에는 미술의 보편적 핵심을 즉각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힘이 깃들여 있다. 이렇게 천재적 작품과 천재적 말이 결합된 마력 때문에 피카소는 20세기 미술계의 최고봉으로 영원히 남는 것 같다.

     

     

    케이트 림 (아트플랫폼아시아(APA) 대표)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