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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시 페이스 메이커

    [변시 페이스 메이커] 수험, 인생사 그리고 옛이야기(4)

    제4화 천재지변과 돌

    조감사 대표변호사(HK해결 법률사무소·메가로이어스)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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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천재지변과 돌
    함몰 설화 중 '장자못 전설'이 있다. 시주를 온 도승에게 소똥을 준 시아버지 장자와는 다르게 며느리는 선행을 베풀어 화를 면할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말아, 돌이 되고 만다.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하는 롯의 가족 중 롯의 아내 역시, 뒤를 돌아보고 말아, 소금 기둥이 되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되찾기 위해 저승까지 갔던 오르페우스도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이런 이야기들이 전해 내려오는 것일까?

      


    2.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아니 되네!
    많은 수험생이 날이 추워지면, 뒤를 돌아본다. '조금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 '여름에 이건 끝내놓았어야 했는데!' 소급하다 보면 끝이 없다. 다시 태어나야 할 정도이다. 필자가 그랬다.


    시험 전 일주일이 시험 한 달 전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한다. 그 한 달이 또 그 전 3개월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도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수험계에서는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다. 이를 정리하면, 디데이가 가장 임박해 있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라는 결론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그때 무엇을 했었어야 했는데' 또는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를 하며 오늘을 보낸다. 그렇게 현재를 붙잡는 일은 요원하고, 어려운 일이다. 꼭 수험에 한정할 이야기는 아니다.


    3. 해결

    합격을 위한 중요도의 비중을 ①'수험 준비'가 50%, ②'시험 당일, 시험을 잘 보는 것'이 50%라고 생각해 보자. 아직도 여지가 많이 남아있다는 희망에서 우리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 비록 지난 수험기간에 대한 후회가 막심하더라도, 여전히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남아있다. 반대로 말하면, 수험 준비를 아무리 잘했어도, 시험 당일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뒤돌아볼 시간에 수험의 남은 50%인 '시험을 잘 볼 궁리'에 집중했으면 한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변호사시험은 당일 컨디션이 정말 중요하다. '시간 부족'을 전제로 최적화를 해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임 어택(Time Attack)'이라고 부른다. 극도의 순발력이 요구된다. 누구도 실수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확대손해를 막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합격 비결을 하나 공개하자면, '당일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 합격을 위한 최고의 전략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변호사시험은 골프 경기와 닮았다. 프로 선수들 사이에서 누가 더 잘하긴 어렵다. 상대의 실수로 인해 나의 랭킹이 조금씩 올라갈 뿐이다. 다른 스포츠와는 다르게, 골프 경기에서는 선수의 실수 상황에서 해설자와 갤러리가 흥분한다. 박세리 선수의 맨발 연못 샷을 전 세계인이 기억하는 이유다. 여러분들도 변호사시험에서 위기를 겪을 것이다. 거기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관건이다!

     

    다음으로, '계획보다 수정이 더 중요하다'라는 문장을 떠올려 보자. 계획은 추상적이고, 나아가 원대하기까지 하다. 디데이가 임박한 지금, 진짜로 해야 하는 과제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이때, 뒤를 돌아볼 것이 아니라 눈앞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원래 닥쳐야 보인다. 다 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합격 컷(대략 900점 내외 예상, 103개) 이상의 총점을 위해 우선순위가 높은 과제부터 처리하자. 너무 어려운 쟁점, 시간 내에 점수화할 수 없는 쟁점들은 후순위로 미뤄두자. 어차피 내 것이 아니고, 어쩌면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할 수 없는 것들로 자꾸만 흐르는 마음과 관심을 잘 단속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들만 해도, 합격하고도 남는다.


    4. 결어 및 공법

    공법과 관련하여, 시험용 법전을 둘러보자. ①'행정절차법'은 올해 개정된 부분이 많다.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접속하여, '신구법비교' 아이콘을 클릭해 보자. ②'지방자치법'도 주목하는 것이 좋겠다. 주민소송은 감사청구를 먼저 거쳐야 하는데, 그 주민의 나이가 19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개정되었다. ③'행정기본법'도 꼭 챙겨봐야 한다. 제15조 공정력은 참 중요한 조문이다. ④'행정소송법' 및 '행정심판법'은 기본이다. 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주목해 본다. ⑥'대한민국헌법'과 '헌법재판소법' 그리고 '국회법', '정부조직법'도 챙겨두자.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조문을 한 번 살피면, 어려울 것이 없다. 법조문이 '원전 텍스트'임을 상기했으면 한다. 여기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필자는 옛이야기 속에서 평범한 진리를 다시 발견해 보고자 했다. 변호사시험을 3번이나 응시하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백방이 무용했다. 다시 눈을 감고, 나는 언제 공부를 가장 재밌게 했었는지를 떠올렸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예쁜 노트와 필기구를 사서 시험 한 달 전부터 한 과목씩 정리하던 중학생 필자를 다시 만났다. 그때 썼던 펜을 다시 샀다. 처음으로 등수가 나오는 시험을 보러 가는 아침, 어머니의 말씀을 다시 떠올렸다. "감사야,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붙잡고 있지 말고, 아는 것부터 먼저 풀고 다시 돌아와서 풀렴." 시험의 기본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던 나 자신을 이제서야 자각하게 되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시험은 문제를 잘 읽고, 그것에 답하는 것이다.

     


    조감사 대표변호사(HK해결 법률사무소·메가로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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