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부르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신통방통한 다이어트가 있을까. 돈 들여 특별한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을 사먹지 않더라도 효과가 좋은 다이어트가 있을까. 음식의 열량이나 성분 구성을 모르더라도 필요한 영양을 균형 있게 섭취할 수 있는 다이어트가 있을까. 꾸준히 실천하면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현저히 감소한다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다이어트가 있을까. 이런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다이어트가 있다.
2011년 6월 미국 농림부(USDA)는 마이플레이트(MyPlate)를 공개했다. 이것은 접시를 네 칸으로 나눠서 각 칸에 채소, 과일, 곡물, 단백질이라고 기재하고 접시 옆에 유제품을 표시한 다이어그램이다. 접시 면적 비율은 대략 채소 30%, 과일 20%, 곡물 30%, 단백질 20%이다. 접시 왼쪽에는 포크가 있다. 이 그림대로 음식 종류를 구별해서 접시 면적만큼 담아 먹기만 하면 건강한 다이어트가 된다는 메시지를 표현한다. 이런 다이어트 방식을 접시방식(plate method)이라고 한다. 마이플레이트를 발표한 퍼스트레이디 미쉘 오바마는 정확한 음식량을 잴 필요 없이 접시만 보면 실천할 수 있는 매우 쉬운 다이어트라고 소개했다.
(왼쪽) 하버드 보건대학원의 Healthy Eating Plate
(오른쪽) USDA의 MyPlate
같은 해 9월 하버드 보건대학원은 ‘건강한 식사 접시’(Healthy Eating Plate)를 발표했다. 윌렛(Walter Willett) 교수는 마이플레이트를 과학적 성과와 강력한 농축산업계의 로비가 타협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접시방식은 관련 업계의 영향을 배제하고 ‘최신 그리고 최선의 과학적 증거에 기초’하여 마이플레이트의 단점을 보완한 것임을 표방한다. 접시의 네 칸에 채소, 과일, 전곡, 건강한 단백질이라고 각 표시하고 접시 오른쪽에는 물, 왼쪽에는 건강한 기름을 표시한다. 접시 아래쪽에는 ‘계속 움직여라’(Stay active)는 문구가 있다. 접시 면적 비율로는 채소 35%, 과일 15%, 전곡 25%, 건강한 단백질 25% 정도 된다. 이것은 전곡이 가공된 곡물보다 건강하고, 생선, 닭고기, 콩, 견과류가 붉은 고기나 가공육보다 건강하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다. 그래서 붉은 고기는 제한하고 베이컨과 소시지 같은 가공육은 배제한다. 건강한 기름은 올리브유, 카놀라유 등 식물성 기름으로 한정하고 트랜스지방은 배제한다. 당이 든 음료수는 배제하고 유제품은 하루 1~2회분, 주스는 작은 한잔으로 제한한다. 감자는 채소군에서 제외한다.
접시방식에서 채소와 과일의 비율은 환자인 경우에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당뇨협회의 ‘당뇨 접시방식’은 채소 50%, 탄수화물 25%, 기름 없는 단백질 25%이다. 당뇨 관리를 위해 과일, 전분 있는 식물, 유제품은 탄수화물군에 포함시킨다.
모든 접시방식의 공통점은 먹는 음식의 절반을 채소와 과일로 먹으라는 것이다. 매끼마다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하루 이틀을 통해 평균적으로 달성해도 된다.
건강 다이어트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채소와 과일을 풍부하게 먹는 것이다. 이것은 과학적 컨센서스이다. 이렇게 먹는 한 배부를 때까지 먹어도 살찌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채소는 열량이 미미하고, 채소와 과일을 먹는 양 만큼 열량 밀도가 높은 탄수화물, 단백질과 지방을 덜 먹게 되기 때문이다. 진리는 간단하나 실천이 어렵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