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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열 전 대법관 구술총서 발간… “법관들이 스스로 자기 독립 지켜내야 할 때”

    고선미 (법원도서관 기록연구관)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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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도서관(윤승은 관장)은 2021년부터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구술자가 공개 구분한 기록에 한하여 관련 사진 등 자료를 함께 담고 있다. 윤관 전 대법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 편에 이어 《대한민국 법원 구술총서 3. 법관의 길 손지열》을 발간하였다.

    2017년 유난히도 무덥던 6월, 손지열 대법관은 당시 항암 치료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행정의 경험을 기록하고자 하는 옛 배석판사의 요청을 저버리지 않고 세 차례에 걸쳐 7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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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관은 1947년생으로 서울대 법대 3학년에 재학 중이던 1968년 제9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였다. 학부 졸업 후 사법대학원을 수료하고 해군법무관을 거쳐 1974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하였다. 그리고 32년간 법원에 재임하였다. 그의 선친인 손동욱 대법관은 1973년 대법관 퇴임 후 1976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30년 후 그의 아들이 대법관에 취임하여,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무이한 부자(父子) 대법관으로 남았다. 손지열 대법관은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가족문집에 담아 법원사 자료로 기증하였다. 그런 마음은 자택의 서재에 오롯이 남아있다. 서재의 문을 열면 정면으로 손지열 대법관이 환하게 웃는 사진이 보이고,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선친이 옛 법복을 입고 바라보고 있다. 이 모습을 총서의 앞표지 뒷면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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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대법관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서울대학교 사법대학원(사법연수원 전신)에서 연수받던 기억이나 재판에 임하는 판사의 자세와 몇몇 주목할 만한 하급심 판결을 소개하였다. 법정국장 재임 시 등기 전산화가 필요했던 상황을 언급한 부분이나 재판부 각 층에 1대씩 배정되어 있던 소형 계산기를 사용하기 위해 대기하던 에피소드는 당시 사법행정 환경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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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윤관 전 대법원장 취임 초기, 인사발령 없이 대법원장 비서실장으로서 보필한 비사, 사법제도발전위원회의 코디네이터로 사법개혁 관련 법률 개정안 입안에 참여한 기획조정실장 시기, 또 법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접근하던 세계화추진위원회에 대응하던 기억 등에서 사법행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국민의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과 연결되어 법원이 나아갈 방향이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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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지열 대법관은 사법부의 독립을 재판의 독립이라고 말하였다. 과거 군사정부 시기에는 사법부의 독립이 완전히 보장되지 못했지만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상황이 변하였고 이제는 법관들이 스스로 자기 독립을 지켜내야 하는 때라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권력이나 물리력도 갖고 있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결하는 법관들의 고충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말하기도 하였다.

     복잡하게 얽힌 인간들의 일을 올바르게 재판하는 일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마음이 불같게 하옵소서. 참과 거짓을 분명히 가르는 정교한 잣대를 허락하소서. 현실과의 적당한 타협과 미지근한 판단으로 옳음과 그름을 흐리게 하는 일이 없게 하옵소서.

    사람들을 재판하고 다스릴 때에 사랑의 마음이 앞서도록 하옵소서. 죄를 미워하되 죄인을 미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 항상 따뜻한 마음씨와 겸손한 태도를 가질 수 있게 하시고 … 항상 겸손한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선한 법관이 되게 하옵소서. … 지혜로운 재판관이 되게 하옵소서.


    - 손지열 대법관의 <어느 법관의 기도문> 중 발췌 -


    구술총서 책자는 각급 법원의 도서실, 법원전시관(대법원 청사 1층), 사법역사문화전시실(사법역사문화교육관 1층), 가인 김병로 전시실(가인연수관 B1층) 등 법원사자료 상설전시공간에 비치하고 어린이, 청소년 대상 공공도서관이나 유관기관에도 배부하였다. 법원도서관 홈페이지에서는 전자책으로 제공하여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

    ※ 손지열 대법관의 육성과 생전 모습이 담긴 구술영상은 법원도서관 유튜브나 e-법원역사관 사이트(history.scourt.go.kr)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일산 법원도서관 법마루를 방문하면 녹취문을 보면서 시청할 수도 있다.



    고선미 (법원도서관 기록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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