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독자마당, 수필, 기타

    [창간 72주년 특집][법률신문에 바란다] 다시 시작하는 법률신문을 위한 제언

    조정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디코드)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183385.jpg

     

    내가 지금 현재 유일하게 구독하는 종이신문은 법률신문이다. 다른 종이신문은 일찌감치 컴퓨터나 모바일로 전환하여 종이신문으로 보지 않는데, 법률신문만은 변호사회와의 사이에 단체구독 약정으로 인해 변호사들에게 자동적으로 구독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배달이 되는데, 바쁜 일정으로 챙겨보지 못하는 날이 얼마간 계속되고 나면 몇 주일치, 몇 달치 법률신문이 열어보지도 않은 채 책상에 쌓여 있는 일이 부지기수다. 신문이 쌓여갈수록 묘한 부채감과 부담감도 쌓여가기 때문에,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들 중에는 법률신문이 배달되면 책상 위에 올려놓지 말라고 직원분들에게 지시하는 변호사들도 있다.

    나의 경우 여유가 있을 때 날을 잡아 배달된 법률신문을 쭉 보면서 관심이 가는 기사나 정보들을 체크해 놓고, 이를 다시 인터넷으로 찾아 링크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스크랩해 놓거나 법인 내에 공유해 놓는데, 한 신문에서 내 흥미를 쓰는 기사나 정보를 찾는 데 채 1-2분이 걸리지 않는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법제, 판례 동향이나 이에 대한 평석, 의견만 찾아보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많은 글들을 읽지도 않고 넘기냐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신문의 기사나 정보들의 경우 내가 스스로 검색 또는 취사 선택을 하거나, 미리 관심있는 주제들을 알리미 형태로 메일로 받아보거나 하는데, 한 주에 두 번씩 보내오는 종이신문의 모든 기사들을 전부 읽기에 시간은 없고, 일은 너무 많다. 아마 대부분 열심히 일하는 법조인들의 현실도 이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나는 법률신문의 가장 큰 강점은 법률, 판례, 이에 대한 해석 그리고 법조인 정보 등 법조계에서 생산되는 여러 정보들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며 심도 있게 제공할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강점에 반해, 종이신문은 특성상 읽혀지고 버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휘발성 있게 제공되는 정보들을 디지털 형태로 보다 개인화하여 검색 및 저장이 쉽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서 기사를 큐레이션하여 제공해 주고, 관심분야로 체크한 분야나 스크랩한 정보와 유사한 최신 판례 및 평석 등을 이메일 등으로 바로 전달해 준다면, 나 같은 독자들의 필요에 가장 부합하는 서비스가 되지 않을까. 법조인들이 업무에 많이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입법동향이나 주요 이슈들에 대한 해외 판례에 대해서도 이러한 정보 및 이에 대한 해석을 보다 빨리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법조인들의 업무 뿐만 아니라 법조인들의 글로벌한 감각을 키우는 것에도 확실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또한, 법률신문이 가장 잘 제공할 수 있는 정보들을 의미 있는 형태로 보다 잘 가공하여 데이터베이스의 질을 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떠한 판결이 나왔다면 어떤 판사가 그 판결을 선고하였고, 담당한 변호사는 누구인데, 그 판사와 변호사의 일반적인 인물 정보는 어떠하고, 그 판사와 변호사가 기고했던 논문이나 평석, 글들은 무엇이 있는지 일목요연한 형태로 제공해 준다면 오히려 그 판결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변호사의 주요사건 승소율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지표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이고… 좋은 데이터베이스란, 결국 무관계해 보이는 데이터들의 점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법률신문이 법조계에서 뜨거운 토론이 되는 이슈들에 대해 진정한 공론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매우 뜨거웠던 로톡 등 리걸테크 플랫폼에 대해, 기사를 전달하는 것 외에 찬성 측과 반대 측이 서로 주고 받으며 한 회씩 치열한 지면 토론을 벌이는 등의 코너가 있다면, 과연 어느 쪽의 의견이 좀더 합리적인지 법조인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법률신문이 가장 잘 하는 분야는 결국 법조와 관련한 이슈, 정보인데,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공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법조라는, 한 분야에 대해 가장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는 강점은 다른 어떤 매체도 가지지 못한 법률신문만의 강점이다.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있는 법률신문이, 종이신문을 제작하는 전통적인 언론사를 넘어, 법조와 관련한 깊이 있는 데이터들을 축적하고 가공하여 독자들에게 여러 형태로 의미 있는 결과물로 제공하는, 미국의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와 같은 본격적인 법률정보기업으로 발전하길 기원한다.


    조정희 대표변호사 (법무법인 디코드)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