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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신논단] 형사공탁 특례제도 시행을 앞두고

    홍기태 원장(사법정책연구원)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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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탁법 제5조의2가 신설됨에 따라 오는 12월 9일부터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시행된다. 종래 형사사건에서 피해자를 위한 공탁은 일종의 변제공탁으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정확히 기재해야만 공탁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형사공탁 특례제도의 도입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경우, 공탁서에 '형사사건 진행 법원, 사건번호, 조서·진술서·공소장 등에 기재된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명칭'을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공탁이 가능하게 되었다.

    피해자가 있는 범죄의 경우, 우리 형사재판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매우 중요한 양형요소로 참작되어 왔다. 많은 피고인들이 어떻게든 피해자와 합의하려 애썼고, 합의를 위하여 공판을 연기해달라는 모습 또한 흔한 법정 풍경이었다. 그러다 합의가 불발되면 일정 금액을 공탁하는 수순으로 넘어가곤 하였다.

    형사합의는 그것이 아무리 피고인의 진심에서 우러난 것일지라도, 피해자로서는 두려움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참으로 곤궁한 선택이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피고인 측에 그대로 노출될 때, 자칫 2차 가해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나마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과 다수의 특별법 규정에 따라 형사사건에서의 피해자 비실명화가 도입됨으로써, 합의를 빌미로 피해자에게 함부로 접근하는 행태는 많이 감소하였다.

    그렇다고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피고인이 진정 반성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성의를 보여주고 싶어도, 피해자와의 연결통로가 막혀 있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피해자도 피고인과의 직접 접촉을 피하면서, 피고인이 제안한 합의를 수용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합의를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시행을 앞둔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반된 입장을 적절히 반영,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면 성공적이다. 그런데, 개정된 공탁법은 특히 피해자의 입장에서 볼 때 미흡한 점이 많아 절반의 성공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개정법에 따르면 형사공탁 특례에 따른 공탁이 이루어진 경우, 공탁관은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고하는 방법으로 공탁통지에 갈음할 수 있다. 공탁관은 공탁서만으로는 피해자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알 수 없으므로, 우편으로 공탁통지를 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문제는 피해자가 실제로 전자공고를 보고 공탁금 수령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언제 있을지도 모르는 인터넷 공고를 수시 확인해 보라는 것도, 익명 처리된 공고에서 내가 피해자인 사건을 찾으라는 것도 무리이다.

    사실 피해자의 구체적 인적사항은 국가기관에 제공되어 있고, 다만 수사단계나 재판단계에서 비실명으로 보호되고 있을 뿐이다.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면서 비실명화한 곳도 국가기관, 익명으로 공탁을 받은 곳도 국가기관이라면, 국가기관이 협력하여 피해자의 구체적 인적사항을 확인하여 공탁사실을 알려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공탁관은 공탁서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법원과 수사기관에 공탁된 사실을 통보하고, 실제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고 있는 기관이 피해자에게 공탁사실을 통지하는 길을 만들어야 형사공탁 특례제도가 완성될 것이다.

    한편, 개정법에 따르면 피해자는 공탁물 수령을 위하여 법원이나 검찰이 발급한 증명서에 의하여 동일인 확인을 받아야 한다. 피해자로서는 어느 기관이 실명 정보를 보유하면서 증명서를 발급해 줄 수 있는 곳인지 알기 어렵다. 법원이든 검찰이든 동일인 확인이 가능한 기관이라면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기관 간 핑퐁 행정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또다시 불편을 끼치는 누를 보태서는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수사기관과 법원 그리고 공탁소까지 전자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개인정보의 전자적 비식별화 기술이 활용됨으로써 [박미정, 공탁제도 및 공탁절차에 관한 개선방안, 사법정책연구원(2022) 참조], 한층 수월하고 편리한 형사공탁제도가 정착될 날을 기다려본다.


    홍기태 원장(사법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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