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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얼마나 걸어야 건강에 좋을까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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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는 건강에 좋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암, 우울증, 치매, 골다공증 등 만성질환의 위험이 감소한다. 예를 들어 하루 5~10분 걸으면 심장병 위험이 45% 감소한다. 걷기는 만성질환의 진행을 느리게 하고 호전시키기도 한다. 신체기능, 면역기능, 인지기능, 정신건강도 좋아진다. 하루 15분만 걸어도 기대수명이 3년 연장된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이나 불로초 수준이다.

    미국에서 걷기가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이다. 그전까지 걷기는 운동 개념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중강도 신체활동도 30분 이상 하면 건강에 상당히 유익하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1995년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스포츠의학대학(ACSM)은 새로운 신체활동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기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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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권고안은 중강도 신체활동을 하루 30분 이상 거의 매일(1주에 5일 이상) 하라고 한다. 1주에 150분 이상이다. 중강도 신체활동의 대표적 예가 힘차게 빨리 걷기(brisk walking)이다. 시속 5~6㎞로 걷는 것이다. 10분에 1천 보 정도 된다. 중강도 대신에 달리기 같은 고강도 운동을 한다면 1주에 75분 이상 하면 된다.


    하루 30분 느리게 걸어도 충분하다는 설이 있지만 맞지 않다. 위 권고안은 건강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이지 적정량이 아니다. 또 중강도 아닌 느리게 걷기는 미흡하다. 만보계는 모든 걸음을 기록하기 때문에 강도나 시간은 따로 감안해야 한다.

    하루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30분 1회 걷기와 10분 3회 걷기는 건강상 효과가 동일하다고 밝혀졌다.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거나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운동화 신고 출근해서 구두로 갈아 신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많이 걸을수록 건강에 좋을까. 걷는 시간을 1주 150분에서 300분으로, 또 그 이상으로 늘려도 효능은 계속 증가한다. 중강도 유산소 활동의 효능이 더 증가하지 않고 멈추는 한계는 과학적으로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미국 보건후생부의 신체활동지침). 다만 활동량은 몇 달에 걸쳐 서서히 늘려나가야 하고, 각자의 건강 상태와 운동능력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

    이에 비해 달리기는 하루 45분 이상 하면 효능이 감소하기 시작한다(2011 논문). 코펜하겐 심장 연구(2015 논문)에서는 1주에 1~2.4시간 달리는 사람의 전인(all-cause) 사망률이 가장 낮았고, 최적 빈도는 주 2~3회였다. 달리기 강도가 올라갈수록 사망률이 높아졌고, 고강도 달리기는 운동하지 않는 것과 차이가 없었다.

    걷기와 달리기는 어느 쪽이 건강에 더 좋을까. 운동 효과는 달리기가 걷기보다 2~4배 크다. 4분 달리기는 15분 걷기와 같고, 25분 달리기는 100분 걷기와 같다. 그래서 시간에 쫓기는 사람에게는 달리기가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달리기는 사고 위험이 더 크다. 걷기는 안전하고 강도가 낮아서 나이 들어도 지속할 수 있다. 그래서 만성질환 위험이 커지는 중장년층에 적합하다.

    걷기는 돈 안 들이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바라건대 우리나라에서 걷기 문화가 확산되어 만성질환 유병률이 내려간다면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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