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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매일 달리기가 건강에 도움이 안 되는 이유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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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조깅 붐이 생겼다. 조깅은 주로 혼자 천천히 달리는 운동이다. 미국인들은 많이 달릴수록 건강에 좋다고 믿고 더 멀리, 더 빨리 달렸다. 80년대부터 장거리 달리기 열풍이 일었다. 각종 달리기 대회에 참가자가 급증했다. 우리나라에도 달리기 바람이 불어왔다.

    달리기는 심폐 기능을 높이고 다른 운동보다 건강 효능이 우월하다. 달리는 사람은 안 달리는 사람보다 약 3년 더 산다. 달리기의 장수 효과 비율은 7배라고 한다(2017 논문). 1시간 달리면 수명이 7시간 연장된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걷기보다 열량 소모가 많기 때문에 살 빼기에도 효과적이다. 살 빼기만 생각하면 많이 달릴수록 좋은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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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와 얼마나 달려야 좋은지에 관한 연구가 쏟아졌다. 미국인 5만 5천 명을 15년 추적한 자료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달리는 사람을 거리, 빈도, 시간, 속도, 열량소모량에 따라 각각 5개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심폐 기능은 달리기를 많이 할수록 좋았다. 암이나 뇌졸중 사망률은 집단별로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전인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가장 많이(주 32㎞또는 6회 또는 176분 이상) 달린 집단이 덜 달린 집단보다 높았다. 이것은 너무 많이 달리면 심혈관 건강이 나빠져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14개 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가장 작은 양(주당 50분 이하)의 달리기도 안 달리는 것보다 사망률 감소 효과가 현저히 크고, 그보다 더 달린다고 해서 효과가 나아지지 않는다(2019년 논문). 많이 달릴수록 건강에 좋다는 믿음은 이제 미신이 되었다.

    2010년대에는 습관적인 장거리 달리기가 심장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이어졌다. 마라톤 같은 지구력 운동을 하면 혈액 공급 능력 이상으로 혈액을 내보내려고 하기 때문에 심장이 산화 스트레스를 받아 염증이 생기고 심장벽이 두꺼워져서 팽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마라톤 1~3일 후에는 복원이 되지만 회복되기 전에 또 달리면 심장비대가 영구적 변형이 되고 심근 섬유증, 관상동맥 석회화 등이 진행될 수 있다. 실제로 마라톤 선수들의 심장은 정상보다 2배 정도 크다. 심장의 구조변화는 심장 기능의 저하로 이어져 심부전, 심근경색, 심장마비를 초래할 수 있고 돌연사 위험이 있다. 새로운 정보의 영향으로 미국 마라톤 인구는 2010년대 중반 정점을 찍고 감소하고 있다.

    달리기의 안전한 상한선이 어느 수준인지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의 컨센서스는 주당 4.5시간이나 48㎞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2017년 논문). 그런데도 헬스에서 매일 온 힘을 다해서 달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달리기의 목적이 무엇인가. 살 빼기인가 아니면 건강인가. 급하게 땀이나 살을 빼려다가 심장을 잃을 수 있다.

    어느 정도 달려야 건강에 좋을까. 코펜하겐 시 심장 연구에서는 1주 3회 이하, 60~150분, 시속 9.6㎞ 이하가 최적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하루 5~10분만 천천히 달려도 전인 사망률과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급감하고, 주당 50분 이상 달린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달리기는 미국 정부가 권하는 대로 하루 25분씩 주 3회면 충분할 것 같다. 더 운동하고 싶다면? 걸으면 된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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