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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의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이창훈·최재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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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는 법집행의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 강화, 사건처리의 신속화를 위해 법집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조사 및 심의절차 단계에서의 개선방안(조사 대상·범위의 구체적 공문 기재, 범위 외 자료수집시 이의제기 절차 신설, 상황회의 신설, 심의횟수 증대 등), 부당내부거래 및 플랫폼 관련 법집행기준 정비, 그리고 사건처리 신속화 방안(내부체계 정비 및 CP 활성화 등 법집행 수단 다양화)이다. 법집행 시스템 개선을 위한 공정위의 노력을 환영하며, 추가 논의·고려를 통해 보다 완결된 개선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 강화, 사건처리 신속화를 도모하고자, 2022년 12월 12일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들을 제시하였다. 그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I.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의 주요 내용
    1. 조사 및 심의 절차 단계에서의 개선방안
    가. 조사공문에 조사 대상·범위를 구체적으로 기재 (조사개시 단계)

    기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절차에 관한 규칙(이하 '조사절차규칙')’은 피조사인의 절차적 권리 보장을 위하여 변호인을 조사 전(全) 과정에 참여하게 하고(제4조), 조사공문에 조사목적, 조사대상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제10조)하고 있다.그러나 조사공문에 관련 법 조항·조사대상업체 등만이 기재되고 ‘조사 대상 거래’는 기재하지 아니하여 예측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이에 공정위는 필요 최소한의 조사 원칙에 부합하도록 조사공문에 조사대상 및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즉, 조사공문에 법위반 혐의와 관련된 (i) 거래분야 및 유형, (ⅱ) 중점적으로 조사하게 될 기간의 범위를 추가로 기재하도록 하고, (ⅲ) 조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 기간의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 기간 및 추가 사유가 명시된 공문을 추가 교부할 계획을 밝혔다.

    나. 조사범위 외 자료가 수집된 경우 관련 이의제기 절차 신설 (조사진행 단계)

    기존 제도하에서는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목적 범위 외의 자료를 공정위가 수집하더라도, 피조사인이 이에 대하여 다툴 수 있는 절차가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공정위는 조사목적 내에서의 조사실시 원칙을 명확히 하고자, 조사공문에 기재된 조사범위 외의 자료가 수집된 경우 피조사인이 이를 다툴 수 있는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신설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i) 피조사인이 임의제출한 자료를 재검토할 기간을 추가로 부여하고, 현장조사 당시 제출한 자료라 하더라도 피조사인이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는 공식적인 절차를 마련하며, (ⅱ) 피조사인이 반환 요청 등 이의제기를 한 경우에는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칭 ‘제출자료 이의심사위원회’)에서 수집·제출된 자료의 반환·폐기 여부를 검토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 피조사인이 사건 관리자에게 의견을 개진하는 상황회의 신설 (조사진행 단계)

    기존 ‘공정거래위원회 회의 운영 및 사건절차 등에 관한 규칙(이하 '사건절차규칙')’ 제15조는 피조사인에게 조사진행 상황을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조사인 입장에서는 사건 진척 정도에 대한 단순한 통지가 아니라 해당 사건의 관리자(국장·과장급)와 실질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기회를 원한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공정위는 EU에서 실시하고 있는 조사단계에서의 심사관과 피조사업체 간 상황회의(State of Play Meeting)를 참고하여, 심의 이전 단계에서 피조사인의 신청이 있는 경우 피조사인이 사건관리자(전원회의 대상 사건은 국장, 소회의 대상 사건은 과장)에게 사실관계·쟁점 및 조사진행 상황 등에 대한 의견을 직접 개진할 수 있는 공식적인 대면회의(상황회의) 절차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한편, 공정위는 상황회의 실시대상 사건의 범위에 카르텔 사건도 포함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라. 심의 횟수 증대 및 미고발 사유 공개 (심의·의결 단계)
    그간 대부분의 공정위 심의가 1회의 심리로 종결되어 피심인의 의견개진 기회가 불충분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또한, 고발을 결정한 경우와 달리 미고발을 결정한 경우에는 의결서 등에 그 사유를 적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i) 일정한 기준(사건의 규모, 성격 등)을 충족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피조사인의 신청이 있을 경우에 2회 이상의 심의 개최를 의무화하여 피심인 측에 충분한 의견개진 기회를 부여하고, (ⅱ) 과징금 부과 사건 중 미고발 사건에 대해서는 미고발 사유를 의결서에 명시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2. 법집행기준 정비 및 사건처리 신속화 방안
    가. 부당내부거래 및 플랫폼 분야 관련 법집행 기준 정비

    부당내부거래 규제와 관련하여, 부당지원·사익편취 관련 법 적용 예외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수범자 입장에서 미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공정위는 이를 고려하여 (i) 부당지원행위의 법 적용 안전지대 기준을, 심의 이후에 알 수 있는 ‘지원금액’에서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거래총액’으로 변경하는 등의 개정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을 2022년 12월 9일 시행하였고, (ⅱ) 사익편취와 관련해서도 현재의 적용 예외사유(효율성 증대효과 유무 등)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플랫폼 분야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현행 심사지침들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다면적 특성을 반영하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고려하여, (i) 법 위반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여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법위반행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플랫폼 심사지침’을 제정하고, (ⅱ) 핵심 플랫폼을 통한 지배력 전이 및 시장봉쇄 효과 등에 대한 합리적 판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하는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나. 사건처리기간 관리 강화 및 법 집행 수단 다양화

    공정위의 사건처리 신속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사건처리 기간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이에 공정위는 (i) 실시간 사건현황판 설치, 대형사건에 대한 전담팀 구성 및 운영, 장기·시효임박 사건에 대한 보고 및 사무처장의 관리 등 사건처리 신속화를 위한 내부점검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ⅱ) 사건과 정책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통해 조사 직원들이 사건처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선방안을 제시하였다.

    또한, 공정위의 법집행 부담을 분산하기 위하여 법집행 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공정위는 (i) CP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인센티브 제도 개선 등을 통해 CP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 (ⅱ) 분쟁조정 통합법 제정 등을 통해 분쟁조정을 강화하는 것, (ⅲ) 자진시정을 유도하기 위해 동의의결 절차를 활성화하고, 피해보상 합의시의 과징금 감경 혜택을 상향하는 것, (ⅳ) 공정거래종합지원센터 설치 등을 통해 민사구제를 지원하는 것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하였다.또한, 공정위는 과태료 부과대상 중 단순한 사실관계 확인만으로 처리가 가능한 행위는 지자체에 처분권한을 이양하는 것도 고려하기로 하였다.


    Ⅱ. 시사점
    법집행과 관련하여 그동안 지적되었던 투명성 및 예측가능성 강화, 사건처리의 신속화 등과 관련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가 법집행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다만, 제시된 개선방안들의 구체적인 실행과 관련하여 다음의 사항들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 또는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조사공문에 거래분야 및 유형, 그리고 중점 조사할 기간범위를 추가적으로 기재하는 것과 관련하여, 피조사인의 예측가능성 강화 및 실질적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는 조사착수의 계기가 된 거래 및 상대방도 특정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또한, 개선방안이 실제 조사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조사범위 외 자료 수집과 관련하여, 이의제기를 검토할 심사위원회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고려할 사항들이 있어 보인다.(i)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될 심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을 위해 별도의 법 개정이 필요한지, (ⅱ) 심사위원회의 기각결정에 대해 피조사인의 불복이 가능한지, 특히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처분으로 보아 행정소송이 가능한지, (ⅲ) 조사초기 단계에서 심사위원회가 자료의 조사범위 포함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할지, (ⅳ) 피조사인에게 어느 정도의 자료검토 시간이 부여되어야 하는지 등의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무엇보다도, 이의제기 절차의 존재가 오히려 광범위한 자료 수집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정위는 카르텔 사건을 상황회의 실시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 하였는데, 긍정적인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 연성카르텔 또는 새로운 유형의 카르텔과 관련해서는 피조사인이 사건관리자에게 법리적 검토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정위에서 우려할 수도 있는 리니언시 관련 정보의 유출은 상황회의의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방지할 수 있으므로, 카르텔 사건도 상황회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집행 수단 다양화의 여러 방안들 중 CP 제도의 활성화와 관련하여서는, 특히 변호사의 검토의견에 대한 자료수집 및 조사를 공정위가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업의 CP 도입률이 낮은 이유들 중 하나로, 준법경영을 위한 리스크 검토가 오히려 조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거론되고 있다.

    법집행 시스템 개선을 위한 이번 공정위의 노력을 크게 환영한다.


    이창훈·최재혁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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