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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고승덕의 백세건강 모범답안] 잠자는 자세의 모범답안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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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는 자세에는 똑바로 자기, 옆으로 자기, 엎드려 자기 등이 있다. 원시사회나 서구사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은 옆으로 자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예를 들어 덴마크인 66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옆으로 자는 시간(54.1%)이 똑바로 자는 시간(37.5%)보다 많았다(2017년 논문). 한국인들이 똑바로 자기를 옆으로 자는 것보다 선호한다고 보고한 예외적인 연구(2020년)는 설문지를 통한 자기보고 방식이었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진다.

    엎드려 자는 것이 나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엎드려 자면 척추와 목이 뒤틀린다. 그렇다면 어떤 수면 자세가 건강에 가장 좋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똑바로 자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척추 정렬이 바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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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한 수면 자세의 기본 조건은 목과 척추가 정렬하고, 척추의 S자 곡선과 목뼈의 C자 곡선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침대와 신체 사이에는 틈이 있기 때문에 그냥 누우면 어떤 자세라도 그런 조건이 다 충족되지 않는다.

    똑바로 누우면 척추 정렬은 되지만 척추 곡선이 펴지기 때문에 무릎 밑에 베개나 접은 수건을 끼워 보정해야 한다. 목이 구부러지지 않으려면 낮은 베개를 사용해야 한다. 척추 하부가 불편한 경우에는 등 밑에 수건을 말아 끼우는 것도 좋다.

    옆으로 누우면 척추 정렬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워 보정해야 한다. 목이 꺾이지 않으려면 어깨너비의 베개를 사용해야 한다. 옆으로 잘 때 한쪽 다리를 펴고 다른 다리를 구부리면 척추와 골반이 뒤틀리기 때문에 두 다리를 같은 정도로 구부려야 한다. 다리를 가슴 쪽으로 약간 당기는 것은 좋지만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면 나쁘다. 척추 질환이 있으면 대체로 태아 자세로 자는 것이 편하다고 한다.

    코골이나 수면 무호흡증(OSA)이 있는 사람은 옆으로 자야 한다. 똑바로 자는 것은 코골이의 원인이 된다. 중력으로 목젖이 기도를 좁히거나 막으면 OSA가 심해질 수도 있다. 옆으로 누우면 코골이가 그치고 OSA가 완화될 확률이 높다. OSA는 고혈압, 당뇨, 심혈관 질환, 암, 우울증, 치매, 돌연사 등의 위험 요인이다. 코골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대략적으로 성인의 45%는 가끔, 25%는 상습적으로 코를 곤다. 남성(40%)이 여성(24%)보다 습관적 코골이 비율이 높다.

    옆으로 자는 것은 뇌 건강에도 좋다. 뇌에는 글림프 시스템이라고 하는 특이한 노폐물 제거 메커니즘이 있다. 잠을 자면 뇌세포가 수축해서 세포 사이의 공간이 확장되고 그 공간에 뇌척수액이 밀려들어 노폐물과 베타 아밀로이드, 타우 등의 단백질을 씻어 내린다. 이런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다. 글림프 시스템은 똑바로 자거나 엎드려 잘 때보다 옆으로 잘 때 가장 활성화된다(2015년 논문).

    코골이와 뇌 건강까지 생각한다면 옆으로 누워 다리 사이에 베개를 끼우고, 어깨너비의 베개로 목을 받치고, 두 다리를 가슴 쪽으로 약간 올리는 자세가 최선이다. 심장 부담을 줄이려면 오른쪽으로 눕고, 위산 역류 증상이 있으면 왼쪽으로 눕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자는 동안 1시간마다 1회 이상 자세가 바뀌기 때문에(2017년 논문) 오른쪽이냐 왼쪽이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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