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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신논단]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윤남근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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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말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수사를 두고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언급을 하자 곧이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정치인이 자기 범죄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 사법에 정치를 입히는 ‘사법의 정치화’가 문제라는 취지로 반박했다. 최근 들어 정치의 사법화 또는 사법의 정치화라는 말이 언론에 곧잘 오르내리지만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부정적 의미로만 사용되는 것 같다.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와 사법의 정치화(politicization of the judiciary)는 개념이 다르지만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온 주제이다. 정치와 사법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떠받드는 두 개의 축이다. 전자는 정치적인 국회와 대통령으로 대표되고, 후자는 정치로부터 독립된 법원으로 대표된다. 전자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하고 후자는 헌법적 정의와 진리를 추구한다. 양자는 조화롭게 병행할 수도 있고 갈등관계에 설 수도 있다.

    민주주의 정치는 다수결의 원칙에 기초하고 있고, 대의기관의 구성원은 직전 선거 당시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에 의하여 선출된다. 그래서 대의기관도 영구적으로 존재하는 국가의 근본에 관한 사항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인데, 이를 정한 것이 헌법이다. 삼권분립의 원칙 아래서 정치와 관련한 법원의 고전적 역할은 정치가 다수의 힘을 빌려 헌법규범 또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한 경우 분쟁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법이 무엇인지 선언하고 위반행위의 시정을 명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정치가 양극화되면서 대의기관 구성원이 국민의 이익에 앞서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표결을 하는 경향과 함께 다수결 원칙의 장점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과거 같으면 정치적 협상에 의하여 해결될 문제들이 법정에서 다투어지기도 하고, 예컨대 동성혼, 낙태, 이민정책 등 자원의 배분, 사회적 가치에 관한 분쟁도 정치기구 대신 법원의 재판으로 해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사법화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803년 Marbury v. Madison 사건에서 연방 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사권을 확립하였으니 정치의 사법화에 관한 한 선두 주자이다. 최근에는 2022년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을 통하여 낙태를 제한하는 주법을 위헌이라고 선언했던 1973년의 Roe v. Wade 판결을 뒤집고 낙태에 관한 권한을 주 의회에 되돌려주었다. 미국 법원은 유럽 대륙의 법원에 비하여 헌정질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다.

    정치의 사법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는 것이 사법의 정치화이다.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 특히 선동정치가들이 여론을 등에 업고 입법을 통하여 법원을 권력에 종속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사법의 정치화에 관하여는 미국 전 대통령 트럼프가 대표적 인물이다. 그는 법원과 법관을 끊임없이 저주하고 비하했다. 트럼프 집권 4년 동안 무려 6명의 검찰총장이 재임할 만큼 교체가 잦았다. 검찰총장이 대통령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여 사표를 낸 경우도 있고, 반대로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검찰총장을 해임한 경우도 있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검찰은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니 사법의 정치화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검찰이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면 법원의 형사사법도 왜곡될 수밖에 없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사법의 정치화다. 법관의 독립은 정치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속에서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헌법적 가치와 진리를 추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는 데 있다.


    윤남근 변호사(법무법인 클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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