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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으로 만나는 클래식] 존 크랑코의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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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이탈리아 파도바를 배경으로 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희극이다. 그런데 아무리 옛 작품이라 해도 지나친 면이 있다. 거친 말괄량이 카테리나와 억지 결혼한 페트루키오는 강압적 태도와 밥 굶기기, 추위에 방치하기, 급기야 해를 달이라 하고 늙은 신사를 아가씨라고 우기는 등의 막무가내 방식으로 아내를 길들이더니 드디어 결국 처제 비안카의 결혼식에서 남편에게 완전히 순종하는 카테리나가 되었음을 과시한다. 페미니즘 관점에서라면 퇴출시켜도 할 말 없을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가 문학적 성자의 반열에 오른 덕분에 오페라, 영화, 뮤지컬로 계속 재탄생하고 있다. 카테리나는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남편의 거친 본성을 수용함으로써 순종하는 척 오히려 상대방을 길들인다는 투의 무리한 해석을 덧붙여서 말이다.

    발레에서 걸작은 존 크랑코(1927-1973)의 1969년 안무작이다. 1961년 슈투트가르트 발레의 젊은 예술감독으로 발탁된 크랑코는 동화적 내용과 교과서적 정형화에 얽매인 고전 발레의 규칙을 벗어나 연극 같은 ‘드라마 발레’를 개척한 인물로 유명하다.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듯 자연스런 몸짓과 생생한 연기를 강조하면서 볼거리를 위한 장면도 균형 있게 배치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볼쇼이 발레의 영향을 받은 곡예적인 춤도 불사했다. 덕분에 슈투트가르트 발레는 서유럽 대표발레단의 하나로 성장했고, 크랑코의 영향을 받은 여러 동료, 후배 안무가들이 등장했다. 크랑코는 미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수면제 부작용으로 인한 불의의 사고로 운명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5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슈투트가르트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는 ‘크랑코 삼대 발레’로 불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 그리고 <말괄량이 길들이기>다. 이 발레단 주역으로 활동했던 강수진은 세 작품 모두 잘했고, 우리나라 국립발레단 단장이 되자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레퍼토리에 추가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는 크랑코의 작품을 좀처럼 상업용 영상으로 내놓지 않았다. 그러다가 뒤늦게 2018-19년에야 <로미오와 줄리엣>, <오네긴>을 발매하더니 최근에 <말괄량이 길들이기>까지 출시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앞 두 작품의 진중한 스타일과는 사뭇 다르다. 말괄량이 카테리나에게 우아한 발레리나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극의 진행도 원작을 살짝 변형했고, 각양각색의 차림을 한 조역들은 우스꽝스럽고 아기자기한 상황을 배가시킨다. 페트루키오와 카테리나의 변화되는 관계는 세 번의 파드되(이인무)가 멋지게 표현한다. 첫 번째는 카테리나가 페트루키오를 제압하는 장면, 두 번째는 신부가 된 카테리나를 멀리 자기 집으로 데려간 페트루키오가 아내를 길들이는 장면, 마지막은 드디어 마음이 통하는 부부로서 페트루키오와 카테리나가 어스름한 저녁에 추는 고난이도의 사랑의 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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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약점은 음악에 있는 듯하다. 가급적 옛 음악을 이용하고자 바로크 시대 작곡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곡을 쿠르트-하인츠 슈톨체가 편곡했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이 되어버렸다. 대부분 고풍스런 건반음악에서 모티프를 따와 현대적 관현악으로 전환했는데, 그 과정에서 시대성이 상실되었고 발레에 어울린다는 느낌도 잘 들지 않는다.

    영상에서 페트루키오 역은 슈투트가르트 발레에서 20년 가까이 주역 발레리노로 활동 중인 제이슨 라일리다. 강수진과도 여러 번 호흡을 맞추었던 캐나다 무용수다. 카테리나 역은 스페인의 엘리사 바데네스인데 <로미오와 줄리엣> 영상에도 주역 출연한 현재 동 발레단의 간판스타다. 그래도 우리 입장에서는 강수진의 카테리나가 아닌 것이 아쉽다. 강수진의 현역 시절은 슈투트가르트 발레가 상업용 영상을 외면하던 시기였기에 그녀의 전막 영상은 아무 작품도 구하기 힘들다.


    유형종 대표(무지크바움·음악&무용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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