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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법문정답

    [박성민의 법문정답] 품격은 사라지고 천박함만 남은 정치...정치스쿨을 시작하면서

    法問政答 : '법이 묻고 정치가 답하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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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를 결단했습니다. “ (...)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섭니다. (...) 저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습니다. (...) 정당은 곧 자유 민주주의 정치의 뿌리입니다.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 (...) ”

    (무척 낯선 강압적 분위기에 대한) 당혹과 (어쩔 수 없이 내려놓는) 낭패와 (충성을 증명하려는 집단적 비루함에 대한) 분노가 묻어났습니다. 출마가 용기가 필요한 지 불출마가 용기가 필요한 지는 헷갈리지만 이 현실이 낯선 것은 저도 같습니다. 저라면 짧은 두 문장의 메시지만 냈을 겁니다. “저는 당의 분열을 원치 않습니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습니다.”

    전략적 실수를 연발한 나경원이 명분, 세력, 동력을 모두 잃은 것은 사실입니다. 당대표 뜻이 있었다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지 말았어야 합니다. 대통령실과 충돌한 후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①사퇴 후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상책), ②사퇴 후 잠행과 침묵(중책), ③사퇴 후 출마 행보(하책). 하책을 선택한 순간 고립무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치 컨설턴트로서 제가 정치인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치는 뭘 안 하는 게 디폴트(기본 자세)입니다.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만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누구든 전당대회는 출마하지 않는 것이 기본 자세이고 출마할 때는 분명한 전략적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저와 반대로 ‘정치는 뭐든 하는 게 디폴트’라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출마 행보를 하다가 갑자기 불출마하려니 “용감하게 내려놓는다”는 궁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항변으로 읽히는 “포용과 존중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질서정연한 무기력함보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 필요합니다.”는 대목입니다. ‘존중’이란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마치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향해“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항변했듯 “당대표는 대통령의 부하가 아닙니다”라고 항변하는 듯 했습니다.

    또 하나 제 눈을 끈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자유’를 연상시키는 ‘무질서한 생명력’이란 표현입니다. 입으로는 자유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질서정연한 무기력’처럼 억압이 지배하는 현실을 고발하는 듯합니다. 자유를 외칠수록 자유가 없는 역설은 ‘정의’가 없던 전두환 시절 ‘민주정의당’이 ‘정의사회구현’을 내세운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민주화’ 주역들이 집권한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질식한 것도 역설입니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입으로만 외쳤지 몸으로 체화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역설에 대해 저는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 (...) 지금은 모든 정치 세력의 상징 자본이 다 잠식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에는 ‘민주’가 없고, 자유한국당에는 ‘자유’가 없고, 바른미래당에는 ‘미래’가 없고,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는 위선의 시대다. (...) ”라고 썼습니다.

    우리가 알던 정치는 이제 없습니다. 저도 이 현실이 너무 낯섭니다. 정치에서 사라진 게 너무 많습니다. 전에는 위대한 정치인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전에는 위대하면 유명해진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유명하면 위대해진다고 믿는 시대입니다. 예능의 시대, 가벼움의 시대입니다. 더 이상 애국심과 지도자다움을 말하지 않습니다. 공적 책임감은 사라지고 사욕은 넘칩니다. 품격은 사라지고 천박만 남았습니다.

    정치를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정치는 너무나 중요해서 아무에게나 맡겨둘 수 없습니다. 한국 정치의 비극은 그 중요한 정치를 아무나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여름 저는 이 지면에서 정치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가르치는 ‘리더십 스쿨’을 제안했습니다. 저도 ‘박성민의 캠페인 스쿨’로 동참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래서 법률신문과 함께 <박성민의 정치 리더십 & 캠페인 스쿨>을 시작합니다. 정치를 알고 싶고, 하고 싶고, 바꾸고 싶은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성민 대표 (정치컨설팅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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