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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w & Economy] 중대재해 감소를 위해서는 적정 공사비의 보장이 필요하다

    범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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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부동산·건설 업계의 화두는 무엇보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라고 할 것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작년에 발생한 건설업 사망사고는 328건(341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과 비교할 때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 감소 효과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그 핵심은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예산 등을 확보하여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이행하고 그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예산의 확보가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건설시장의 현실은 과연 필요한 인력과 예산의 확보에 적합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가. 물론 건설사업자가 손실을 감수하고 최대한의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면 이러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이행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지속적인 손실 감수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중대재해의 대폭적인 감소를 위해서는 기업에 손실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적정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초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공공입찰에서는 예정가격 이하로서 최저가격으로 입찰한 자의 순서로 계약이행능력 등을 심사하여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저가로 입찰한 자가 공사를 수주하게 되는 구조이다. 계약금액 결정의 기준이 되는 예정가격 작성에 있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추가 비용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최저가로 낙찰받은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투입 비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재료비 등을 대폭 줄일 수는 없을 터이니 인건비와 중대재해예방과 관련된 경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할 것임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기업의 행동을 비난할 수는 있으나 과연 제도적·금전적 지원 없이 도덕적 잣대만을 들이대면서 비난만 하는 것이 중대재해를 감소하는데 효과적인 대응일까.

    중대재해 감소를 위해서는 기업의 개선노력이 당연히 강조되어야 할 것이나,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다행히 최근 조달청이 시설공사 낙찰가에 적정공사비 반영을 강화하는 등 조달현장 규제혁신 과제 추진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제도 개선이 중대재해 감소를 위한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고, 민간공사에도 확대되기를 희망해 본다.


    범현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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