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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에서 만난 악성 민원인들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최옥환 법무사(법과삶연구소 소장)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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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에는 꽤 친숙하게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인상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하곤 한다. 과연 겪어보지 않은 상대방을 인상만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필자는 법원에 근무하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상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업무 처리의 능숙함보다는 불필요한 민원을 야기 시키지 않는 직원이 상대적으로 더 인정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비만 내리면 모자를 쓰고 민원 창구에 나타나서 죄 없는 민원창구 직원을 괴롭히는 사람,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니면서 법원 민원실에서 자신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건의 서류를 대신하여 작성하여 주면서 법원에서 거의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람, 사무실에 들어와 직원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요구르트를 몰래 훔쳐 먹은 후 법원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는 사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민원인이라는 이름으로 법원 직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인상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어 업무처리를 하는 법원직원들은 그들과 비슷한 유형의 인상을 가진 민원인들을 보면 지레 겁을 먹고 긴장을 하곤 했다. 그 중 아직까지 필자의 기억에 남아있는 000라는 사람은 당시 전례 없는 악성 민원인으로 소문이 나서 전담 재판부까지 운영할 정도로 법원에서는 나름 유명 인사 대우를 받았다. 항상 아들로 보이는 남자를 대동하고 다녔는데 서울의 유명 대학을 졸업한, 당시에는 보기 드문 엘리트라는 말이 나돌기도 하였다. 그 소문은 거의 사실인 것 같았다. 가끔 법원 근처 지하철역 역무원과 다투는 모습도 보였는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이 그 사람의 일상인 듯하였다. 

     

    그런데 그 사람의 인상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느낄 만큼 기묘한 기운이 돌았는데 늘 차갑고 냉소적인 웃음을 웃고 다녔다. 필자는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힘든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사람에게 있어 인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다. 최근 유튜브를 즐겨 보면서 직장에서 은퇴를 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는데 그 영상의 댓글에는 아무리 은퇴를 한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인상이 너무 어둡다고 지적하는 글이 다수를 차지하였다. 물론 프로그램의 특성상 편집을 그렇게 하였을 수도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출연자들의 인상은 너무 어두운 표정이었다. 개인회생 상담을 하면서 오랜만에 환하고 밝은 인상의 젊은 청년을 상대하게 되었는데, 보통 경제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은 인상이 어둡지 않을까 하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 환한 청년의 인상은 몹시 낯설었다. 그러나 부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학업을 마친 청년이 졸업 후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기가 원한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음을 알게 된 후 그 청년의 인상이 전혀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혹시 사람의 인상과 인생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최옥환 법무사(법과삶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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