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방 식단(LFD)이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비난받으면서 저탄수화물 식단(LCD)이 부상했다. LCD 중에서 탄수화물을 매우 낮게 제한하고 지방을 섭취열량의 70% 이상으로 높인 것을 키토 식단(KD)이라고 한다. KD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타고 유행하고 있다. 공중파 TV에서도 밥 대신 삼겹살 먹고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LCD, 특히 KD는 건강에 좋을까?
LCD는 대략 6개월까지 LFD보다 체중 감소가 크다(2006년 메타분석). 이 효과는 지방이 아니라 단백질 때문으로 분석된다(2010년 논문). 고단백 음식을 섭취하면 포만감이 들어 덜 먹게 되고, 아미노산이 포도당으로 합성되면서 열량 소비가 증가하고, 간의 지방산 합성이 감소하여 혈중 지질이 감소한다(2017년 논문). 1년이 지나면 LCD와 LFD의 체중 감소 차이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약 1㎏)이 된다. 장기적으로 식단의 지방 비중이 달라도 체중 감소 효과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KD론자는 고지방이 포만감을 주어 덜 먹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포만감은 단백질의 효과이다. 동일 열량을 섭취했을 때 포만감은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의 순서이다(1995년 논문). 고지방(섭취열량의 40% 이상) 식단은 포만감을 지연하여 과식하기 쉽고(2002년 논문), 여러 동물실험에서 비만을 유발했다(2020년 리뷰).
LCD는 당뇨에는 효과적이다. 2년간의 임상실험에서 당뇨 환자 53.5%를 역전시키고 17.6%를 호전시켰다(2019년 논문). 이것은 충분한 단백질, 불포화지방, 비타민, 무기질을 함께 섭취한 결과이다. 단순한 HDF는 동물실험에서 혈당, 지질, 인슐린 반응 등을 악화시켰다(2020년 리뷰).
CVD 위험은 고지방 섭취와 상관있다(2017년 리뷰). KD는 CVD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가 있다. 논쟁은 치열하고 증거는 상충된다. LCD는 혈중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소립자-고밀도 LDL 콜레스테롤(CVD 위험과 연관) 등을 개선한다는 보고들이 있지만 지방의 종류나 식단의 질이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까지의 증거로는 KD가 체중 감소나 당뇨에 효능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CVD 관련 우려는 불식되지 못했다. 건강에 최적인 지방의 비중이 무엇인지에 관해서 아직 과학계의 컨센서스가 없기 때문에 선호하는 식단 구성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이어트 논쟁을 벌이는 전문가들 사이에 기본적인 컨센서스가 있다(2018년 토론). 식단의 질이 지방과 탄수화물의 상대적 비중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포화지방(붉은 고기)을 불포화지방(생선, 식물 기름)으로 대체하고,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첨가당을 통곡물이나 채소로 대체하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보다 자연음식 위주로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점에 LFD, LCD, KD 각 진영의 의견이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KD와 나쁜 KD를 구별한다. 채소를 적게 먹고 동물 지방을 편식하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는 등의 KD를 ‘더러운 키토’라고 한다. 단기간에 체중 감소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온갖 만성질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건강이라면 생활습관을 건강하게 바꾸어야 한다. 식습관은 그 일부이다. 습관을 바꾸면 다이어트는 보너스로 주어진다.
고승덕 변호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