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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언] 통일사법연구회를 아시나요?

    오세용 부장판사(인천지법)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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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는 남자친구나 남편을 ‘오빠’나 ‘자기’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이렇게 부르는 것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법률이 있다. 이 법률에 의하면, A가 B를 ‘오빠’ 또는 ‘자기’라고 부르면, 6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용어를 가르치고 유포하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무기징역 또는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률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법률은 바로 북한에서 지난 1월에 제정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이다. 이른바 ‘오빠금지법’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한국식 말투 등 한류가 침투하는 것을 중대한 체제 위협으로 간주하였는지 이를 북한 형법상의 국가전복행위에 준하여 최고 수준의 법정형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권력자들이 체제 붕괴에 대하여 얼마나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된다.

    통일은 먼 미래의 일 같아서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통일사법 분야는 다수 법조인들의 관심 분야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통일이 되면, 해결해야 할 엄청난 사법적 쟁점과 이슈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두 회사가 M&A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통일과 법제통합은 그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은 작업임에 분명하다. 앞서 소개한 북한 법률에서 알 수 있듯이 남북한의 법령이나 사법제도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통일법제 구상에 대한 다양한 견해차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통일 과정에서 사법질서의 혼란과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통일을 대비하여 사법질서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사법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활동 및 시나리오별 대책 마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북한이탈주민 관련 소송이나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법적 쟁점들은 통일에 앞서 먼저 체험해 보는 훌륭한 면역 주사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 사법부에서도 북한법 및 통일법제에 관심과 열의가 있는 판사들을 중심으로 ‘통일사법연구회’가 결성되어 자발적인 통일사법 관련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통일사법연구회는 2006년 2월 출범한 이래 꾸준히 매년 3-4회 정기세미나, 워크샵 등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공유·축적하고, 논문집인 ‘통일사법정책연구1-5’를 비롯해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재판절차 안내’ 등을 발간하였다. 사법정책연구원 통일사법센터를 비롯해 법무부, 한국법제연구원, 통일연구원, 통일과북한법학회 등 통일 관련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교류·협력하면서 연구역량을 높이고 있다. 남들이 별로 알아주지 않지만, 바쁜 업무 속에서도 통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귀한 시간을 쪼개 자발적으로 연구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회 소속 판사들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응원을 보낸다.


    오세용 부장판사(인천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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