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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민인정 기준은 인도주의다

    오세열 서울남부지법 민사과장(법원서기관, 法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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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27일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사상 최초로 중국의 반체제 인사와 가족에게 난민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원고는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갖고 1998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 쉬원리(徐文立)가 창당한 민주당에 가입하면서 자신의 고향에 지부를 설립하는 등 반체제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한 중국 여성으로부터 그녀의 아들이 사형집행 중 장기를 무단절취당했다는 고소장과 규탄서를 전해 받은 그는 이를 북경주재 외국대사관에 전하려다 실패하고 2003년 9월 가족과 함께 관광단의 일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미국에 있는 쉬원리에게 규탄서 등을 보냈다. 영국 BBC방송이 이를 보도함으로써 중공의 사형수 장기매매 실태가 전 세계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 재판부는 중공의 인권침해실태를 폭로한 점, 인권탄압국으로 알려져 있는 중국이 아직도 민주당원을 체포 구금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유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제1조에 의하면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자신의 국적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그러한 사건의 결과로 인해 종전의 상주국 밖에 있는 무국적자로서 상주국에 돌아갈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해 상주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난민지위인정여부의 판단은 인도주의 정신을 표현한 이 난민에 관한 정의가 기준이 된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담당하고 있는 난민 수는 약 1,000만 명에 달하며 2006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약 14% 증가했다고 한다. 무력분쟁의 증가와 분쟁의 확산, 정치·경제적 불안과 자원 부족 등의 이유로 난민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 확실하다.

    한국은 1992년에서야 유엔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비준 가입하였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정부에 난민지위인정을 신청한 1,087명의 외국인 중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52명, 인도적 지위를 부여받은 사람은 고작 44명에 불과하다. OECD가입국이자 경제규모 11위인 한국의 위상에 비추어 볼 때 한국정부의 난민지위 인정실적은 턱없이 낮은 편이다. 난민에 대한 재정적 지원수준도 선진국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인도주의에 입각해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가 2007년 연례보고서에서 한국이 난민에 대해 전혀 관대하지 못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주변국들의 틈새에서 많은 침략과 핍박을 받아왔지만 난민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매우 관대했다. 특히 고구려가 북방의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망명객이나 난민들을 적극 수용한 정책이 큰 몫을 했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난민에 대해 좀 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많은 나라들이 외국의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정치적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인도적 이유 때문이다. 난민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다양한 성격의 인적자원이 유입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크다. 반대로 난민이 자국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국익을 해친다는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한 관대한 난민정책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번 중국의 반체제 인사의 난민소송에서 원고 대리인은 “법무부가 중국과의 외교적인 관계를 고려해 중국인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난민인정에 있어서는 난민협약 등의 인도주의적 정신에 따라 정치·외교적 고려를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현재 심신수련단체인 30여 명의 파룬궁 수련자들의 난민소송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원고측 변호사는 중국에 현존하는 파룬궁탄압을 입증하기 위하여 미국과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박해 피해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증언을 듣는 등 열의를 보였다. 증인으로 참석한 일본의 가네꼬요꼬(金子容子) 여사는 “파룬궁 난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과적으로 파룬궁을 탄압하는 중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여 난민인정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11월8일 베이징올림픽 뉴스센터 주임 리짠쥔은 “중국 당국은 주요 종교를 신앙하는 운동선수와 관광객들이 올림픽 기간에 자신이 사용하는 종교물품을 가지고 입국하는 것을 허용하되 이 정책은 파룬궁 단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파룬궁을 언급하는 그 어떠한 문자와 활동도 중국에서는 금지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것은 인종, 종교, 정치, 성별 또는 기타 이유에 근거한 차별대우를 불
    허하는 올림픽 헌장 제5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현재 중국에서 파룬궁에 대한 박해가 지속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먼저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하여 파룬궁과 각종 종교 및 티벳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을 중지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얼마 전 탈북자를 강제로 북송하여 생명의 위험에 빠지게 한 중공의 처사를 비난한 기준은 인도주의 정신이었다. 파룬궁 난민인정 여부도 인도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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