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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그통신] (15) 전자재판 (e-Court)

    권오곤 UN ICTY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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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음주·무면허 운전 사건을 종이 서류 없이 온라인 전자재판 방식으로 진행하게 된다고 하는 보도를 접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바야흐로 전자재판이 현실화됨을 느꼈다. 일부 언론은 법정에 빔 프로젝트 등의 전자기기가 동원되는 것을 전자재판이라고 부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는 당사자의 주장이나 증거제시에 시청각기기를 이용하는 것일 뿐, 진정한 전자재판과는 거리가 있다. 보통 전자재판이라고 한다면 각종 소송서류가 전자문서의 형태로 작성, 제출, 보관되는 것, 각종 증거가 디지털 정보파일로 갈음되는 것, 비디오 연결을 통한 이격지에서의 증인신문 등이 가능한 것 등이 그 주요 요소이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를 각 국의 사법절차에 도입하느냐 하는 문제는 사법 서비스의 고객으로서의 국민의 인식 정도와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 구축 정도에 달려 있을 것이다.

    2. ICTY에서의 전자재판

    가. 속기록(Transcript)
    우리나라에서는 공판조서와 증인신문조서, 그리고 증거신청 및 그 채부 등 증거에 관한 사항을 각각 분리해서 작성하고 있고, 그것도 요지만을 기재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ICTY의 속기록에는 개정선언에서부터 폐정될 때까지 법정에서 진술된 모든 내용을 ‘말해진 그대로 (verbatim)’ 기재한다. 이러한 속기록은 재판관뿐만 아니라,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 증인 등 모든 소송관계자에게 법정에서 각자의 컴퓨터 화면에 실시간으로 제공되는데, 그 기술의 정도가 탁월해 실제 말해지는 것과 불과 5~6단어 정도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법정 밖에서도 당해 전자재판 시스템에의 접근이 허용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무실에서 비디오에 의한 재판 방청과 아울러 속기록까지 보는 것이 가능하다. 속기록에는 각 소송관계자마다 쟁점별로 표시를 해 놓거나, 주석을 달아 놓을 수 있고, 재판 중은 물론 재판 후에도 각종 검색이 가능하며 워드프로세스 프로그램에의 복사·편집도 가능하다.

    나. 증거

    ICTY에서는 수사단계에서 모든 증거를 스캔하고, 원본은 문서고에 보관한다. 서류뿐만 아니라 각종 증거물, 음성 자료, 영상 자료 역시 모두 전자정보로 변환하여, 이러한 전자증거를 재판시작 전 준비절차 중에 전자재판 시스템에 등록함과 동시에 피고인 측에게도 공개한다. 피고인 측도 마찬가지로 자신 측의 증거조사 전에 증거를 등록하고, 검찰 측에 공개한다. 따라서 법정에서의 증거조사는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전자 이미지에 의하여 하게 된다. 당사자들은 미리 인쇄를 해 오는 것이 보통이지만, 재판관들의 경우에는 통상 법정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증거를 처음 접하게 된다. 재판관도 필요한 경우 나중에 이를 인쇄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전자 증거에다가도 개인적으로 주석을 기재하여 놓는 것이 가능하고, 그 번호, 제목 등에 의하여 검색이 가능하다. 다만, 문서 제목이 불충분하고, 문서내용을 요약할 수 있는 색인 작업이 선행되어 있지 않아, 검색 기능이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있다.

    다. 소송서류의 접수 및 송달

    전자재판 소프트웨어 중에는 소송서류의 접수, 송달 및 편철 프로그램까지 합체된 것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ICTY의 전자재판 시스템은 속기록과 증거 관련 프로그램만을 포함하고 있고, 소송서류의 접수와 송달은 별도의 시스템(이메일)을 사용하고 있다. 즉 사무국에서는 소송서류를 종이원본으로 접수하기도 하고 이메일을 통하여 전자문서로 접수하기도 하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전자 서명도 활용하고 있다. 원본으로 접수한 서류는 그 원본에, 이메일로 접수한 전자문서는 이를 인쇄하여 그 인쇄본에 각 페이지 번호를 매긴 후, 이를 원본으로 보관함과 동시에, 이를 다시 스캔하여 생성한 전자문서 이메일을 통해 각 소송관계자에게 송달한다. 이러한 소송서류는 재판자료 프로그램(Judicial Data Base, JDB)에도 저장하기 때문에, 각 당사자는 이메일로 소송서류를 송달받는 이외에 웹에서 접근할 수 있는 JDB 프로그램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라. 법정의 실제 모습

    법정 내에 있는 모든 소송관계자에게는 공용 컴퓨터 화면이 1개씩 제공되고, 자신이 선택하는 바에 따라서 ①방송되고 있는 재판정의 화면(ICTY 재판은 발칸지역 및 인터넷에 생중계되고 있다), ②전자재판 시스템(제시되고 있는 증거), ③속기록 등을 골라 볼 수 있다. 증인에게는 별도의 모니터가 제공되어, 여기에 나타나는 증거화면에 증인이 표시를 하거나 추가로 기재할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이 별도의 증거로 저장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관, 검사, 변호인 및 참여사무관 등 피고인과 증인을 제외한 소송관계자에게는 별도의 개인용 컴퓨터가 제공되어, 이를 통하여 전자재판 시스템에 개인적으로 접속하는 것이 가능하고, 속기록이나 전자 증거에 개인적으로 표시를 하거나 주석을 달 수 있고,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로 인쇄출력을 할 수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서는 인터넷이나 이메일 접속도 가능하기 때문에, 예컨대 검찰의 경우에는 사무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들의 보조를 받기도 한다.

    3. 맺으며

    전자재판은 분명히 보다 나은 사법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필요한 사법 인프라이다. 다만 수사 및 재판의 전 과정에 있어 전자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시스템들이 상호 일관성을 유지하여야만 기대효과의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고 하겠다. 또한 전자재판은 단지 기술적 차원에서 첨단 정보화 장비를 법정 안으로 도입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전통적인 소송이론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므로, 관련 법규를 미리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이제 전자재판에 눈을 뜨고 있다. 대한민국이 전자재판을 통해 세계에 IT 강국으로서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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