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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세법동향] 2010년 미국 상속세의 한시적 폐지와 전망

    Lucy Lee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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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미국엔 상속세(estate tax)가 없다. 이렇게 말씀 드리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의회가 기존 상속세제의 개정 내지 존치에 관하여 의견을 모으지 못한 채 2010년으로 넘어오게 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적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리고 그 후속조치에 관하여 이곳에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처럼 미국에서 상속세가 폐지된 경위와 현재 상황을 알아보고 향후 전망에 관한 논란을 살펴보도록 하자.

    1. 상속세 폐지의 경위

    어느 나라에서나 사실 상속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 2009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가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이며 사망자 중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의 비율도 비슷하다. 미국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의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상속세 징수를 위한 조세지출 비용이 상속세 세수의 65%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OECD 회원국 중에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의 7개 나라가 기존 상속세를 폐지했고, 홍콩 또한 2006년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물론 상속세를 폐지했다고 하여 자산의 세습에 대한 세금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은 상속세를 폐지하면서 자본이득세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즉, 피상속인의 자산을 승계하되 종전 취득가액 또한 그대로 승계하여 상속인이 차후 자산을 매각하는 시점에서 양도소득에 대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 초기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논란이 일었다. 70%가 넘는 미국 국민이 상속세 폐지를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세입에 비해 과다한 조세지출 등을 근거로, 공화당 정부는 2001년 감세조정법(Economic Growth and Tax Relief Reconciliation Act of 2001)을 통하여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상속세율을 경감하고 상속세 공제한도는 증가시키다가 2010년에는 이를 폐지하도록 입법하였다. 그러나 영구적인 폐지에는 이르지 못하고 일단 2010년 상속세가 '0'이 되면 피상속인의 취득가액(basis)을 상속인이 승계(carry-over)하여 결과적으로 캐나다 등이 도입한 자본이득 과세 체계를 취하도록 하되, 2010년 말까지 새로운 상속세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2011년부터 상속세법은 2001년 개정 전의 내용으로 복귀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후 공화당 정부 하에서 상속세를 영구적으로 폐지하는 취지의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빌 게이츠,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등 미국 부자들의 상속세 폐지 반대운동 등으로 인하여 2006년 6월 상속세 폐지 법안이 상원에서 부결되었다. 민주당이 승기를 잡으면서 이번에는 반대로 미 하원에서 2009년 12월 상속세를 영구화하는 법안('Permanent Estate Tax Relief For Families, Farmers, and Small Business Act' of 2009)을 통과시켰으나, 미 상원은 다시 동 법안을 부결하였다. 이 같은 첨예한 정치적인 대립 끝에 미국 의회가 2009년 12월31일까지 상속세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함에 따라, 미국에서는 적어도 2010년 한해 동안은 2001년 법률에 의하여 일단 상속세가 없는 진공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미 의회가 상속세 개정법안을 금년 중 통과시키면서 이를 소급적용할 여지가 남아 있고, 또 그 당부에 관하여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부시 행정부의 위 2001년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상속 및 증여에 관하여 2010년 동안 한시적으로 다음과 같은 법률이 적용된다.

    ■ 2010년에는 상속세 및 세대생략상속세(GST)가 폐지됨.
    ■ 2011년부터는 높은 세율(55%)의 상속세 및 세대생략상속세가 부활될 예정임(공제액은 100만불. 참고로, 2009년의 최고세율은 45%이고 공제금액은 350만불이었음).
    ■ 2010년에는 평생 공제액 백만불을 초과하는 증여에 대한 증여세는 그대로 유지되나, 그 세율은 종전 45%에서 35%로 낮아짐.
    ■ 2010년에는 상속 시점에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취득가액(basis)이, 종래와 같이 상속세 납부와 함께 시가로 증액('step-up' 방식)되는 대신, 그대로 상속인에게 승계('carry-over' 방식)되어 추후 자산을 매각할 경우 이를 기준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게 됨.

    상속세 및 세대생략상속세의 폐지, 낮은 증여세율의 적용, 2011년 이후 높은 세율로의 복귀 등 현재 상황만으로도 많은 미국인들은 기존의 상속설계(estate planning)를 재검토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러나 금년 중 새로운 상속세 법안의 입법이 예견되고 있고, 그 적용의 범위 또한 불투명하여 전문가들조차 준비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와중에도, 현 상황을 전제로 몇 가지 상속-증여 관련 대응전략들이 발빠르게 소개되고 있다. 예컨대, 배우자에 대한 상속의 경우에는 추가 300만불의 취득가액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종래 일방 배우자의 사망으로 바로 신탁으로 자산이 이전되도록 한 유언장의 경우 배우자를 거치도록 재조정을 한다든가, 일정한 절세구조를 통해 금년 중 세대생략상속 내지 증여를 집행한다든가(한시적으로 낮은 세율이 적용되는) 증여를 통해 올해 미리 자산을 이전한다든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모든 전략들도 소급과세에 관한 위헌논란부터, 금년에 상속이 일어나고 장래에 자산을 매각하게 될 상속인들의 경우 자산의 취득가액 및 양도소득세 문제까지 향후 여러 가지 복잡한 법률분쟁에 맞닥뜨릴 가능성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미 의회에서는 다양한 상속세 개정의견이 제안되고 있으나, 상속세의 폐지부터 영구화까지 너무나 큰 입장 차이로 어느 것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와 의회 다수파는 상속세법의 근본적인 개정은 미루더라도 2009년 상속세 체제의 연장만이라도 신속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랬지만, 이마저도 상원의 공화당 측 반대로 성사되지 못하였다. 설사 2010년에 개정입법이 성사되더라도 상속세의 존속을 요구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급적용을 주장하게 될 것이며 이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개정입법이 지연되면 될수록, 이와 같은 소급적용에 따른 논란 또한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 있다.

    소급적용에 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1994년 미국 대법원 판결례(UnitedStatesv. Carlton, 512U. S.26)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동 판결은 일련의 종전 판례를 뒤엎고 입법 14개월 이전에 있었던 (세금을 줄이기 위한) 거래에 대한 세법의 적용을 수긍하면서, 법률의 소급적용을 위해서는 '합법적인 입법목적에 대한 합리적인 관련성(a rational relationship to a legitimate legislative purpose)'만이 요구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Scalia 대법관은 같은 판결에서 세수의 확보라는 이유만으로도 합리적 관련성을 충족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세법에 관한 소급적용의 문호를 넓게 개방한 이례적인 판결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급적용에 관한 너그러운 판례도 개정입법이 지연되고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적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을 지지한다. 종전 법률의 연장 내지 복구(reinstatement)라면 소급적용이 너그럽게 인정될 수 있지만, 새로운 세법의 도입(new tax)이라든가 세율의 예기치 못한 증가(unexpected increase in tax) 등을 포함하는 소급적용은 헌법에 위반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개정법률의 시행일을 공포일로 하거나, 상속세법의 근본적인 개정안을 마련하여 2011년부터 시행하도록 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입법적 대안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2009년 수준에서의 상속세 복구(민주당 다수파의 입장)와 둘째, 보다 높은 공제액과 낮은 세율로의 개정입법(공화당의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급적용을 배제하고 장래를 향해서만 일정한 세율로 합의된 개정입법(민주당 일부 의원의 입장)이다. 이 중 어떤 방안으로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이고, 특히 2010년은 선거가 있는 해이므로 상속세의 폐지를 주장하는 측과 상속세의 영구화를 주장하는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전문가에 따라서는 결국 아무런 입법도 하지 못한 채 또 한 해가 흘러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본질을 따져보면 상속세 문제는 세수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정치적인 의미가 더 큰 이슈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더욱 흥미진진한지 모르겠다. 혹은 상속세가 나와는 상관없는 세금인 사람들이 더 많은 까닭일수도 있을 것이다. 여하간 올 한 해 법률가들로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이슈임에는 틀림없다.

    강남규 변호사 공동집필(법무법인 율촌, 현재 Caplin & Drysdale에서 연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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