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galinsight
  • Legaledu
  • 법률신문 오피니언

  • 상시채용
  • 기사제보
  •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김민조 변호사의 해외법조 산책] 한 지붕 아래 남편 하나, 부인 넷

    김민조 변호사(서울회)

    입력 :
    글자크기 : 확대 최소
  • 인쇄
  • 메일보내기
  • 기사스크랩
  • 스크랩 보기
  • 요즘 케이블 티비를 보면 각종 리얼리티 쇼가 쏟아진다. 슈퍼스타 K, 프로젝트 런웨이, 도전 슈퍼모델 등등. 공중파 TV 프로그램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프로도 꽤 된다. 그리고 위와 같은 한국판 리얼리티 쇼의 모체인 미국 케이블의 컨텐츠는 광활한 땅과 인구수에 비례하듯 그 다양성이 끝도 없다. 일단 자극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글로 옮길 수도 없이 황당한 프로그램도 물론 많다.

    그리하여 이제 웬만한 리얼리티 쇼로는 미국 하늘아래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겠다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Sister Wives'는 다시한번 그 통념을 넘어선다. 한 지붕 아래 남편 하나, 부인 넷, 그리고 열여섯 명의 아이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다.

    2010년 9월 첫 전파를 탄 'Sister Wives'는 쇼 자체의 충격뿐만 아니라 현재 미국 대다수의 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Anti-Poligamy법, 중혼금지 처벌규정의 위헌 여부에 대한 논란을 재 점화시키면서 CNN을 비롯한 언론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쇼의 주인공인 로빈 브라운과 그의 아내들은 말한다.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사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가족 모두의 충분한 합의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며, 피해자도 그 어떤 비극도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왜 범죄인인가?"

    한국인으로 살면서 간통을 범죄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논쟁에는 익숙하지만, 배우자 동의하의 중혼이 범죄인가? 라는 질문은 논제로도 조금 생소하다. 그럼에도 중혼이 형사법상 범죄임을 또는 합법임을 명시하고 있는 국가는 꽤 된다. 중혼이 이미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법적, 도덕적 또는 종교적 가치판단의 논쟁이 계속 있어왔고, 결국에는 법으로 강력히 규제 또는 인정하였다는 긴 역사의 증거겠다.

    중혼을 가리키는 Polygamy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 "자주 결혼한(Often Married)"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이는 몰몬교, 이슬람교 등 특정 종교와도 관련되어 있으며,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는 "남자는 반드시 부인'들'을 공정히 다룰 필요가 있고, 이것이 여의치 않은 남자는 한명의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까지 하다.

    2011년 현재, 형사법상 중혼을 처벌하는 국가로는 호주(5년 이하의 징역), 캐나다(지난 60년간 기소된 예는 없음), 터키(5년 이하의 징역), 미국, 폴란드 등이며, 이집트, 모로코, 파키스탄 등은 이슬람교도에 한해 법적으로 중혼을 허용한다. 이란은 첫째 부인의 서면 상 동의를 조건으로 4명의 처를 허용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4명을 한도로, 몰디브는 남자에 한해 무제한 허용한다.

    우리는 민법상 혼인취소사유가 될 뿐 형법상 배우자 동의하의 중혼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한편, 조지 워싱턴대학 로스쿨 교수이자 로빈 브라운의 변호사를 자처한 조나단 털리 교수는 본인의 블로그를 통해 유타 주의 중혼금지법이 헌법에 위반됨을 이유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것임을 공식 밝혔다.

    유타 주에서는 2명 이상의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는 경우 3급 범죄(Third-degree felony)에 해당되어 처벌받는다. 다만 지난 2001년, 5명의 아내와 중혼 및 아동 강간 등의 죄명으로 기소되어 6년 간 수감되었던 톰 그린 이래 현재까지 중혼만을 이유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예는 없었다.

    털리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누구나 프라이버시를 유지할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사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을 이유로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이번 소송을 통해 단순히 중혼자들 뿐만 아니라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 실제로 그들의 가치가 우리 사회 절대 다수의 가치관과 상충할지라도."라고 썼다. 더불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판례로 2003년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Lawrence V. Texas 위헌 결정, 게이 간의 성관계를 금지하는 텍사스 주법은 위헌이며 합의에 의한 개인적인 성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연방대법원의 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논리들도 만만치 않다. 중혼법 전문가인 카도조 로스쿨 마시 해밀턴 교수는 "이 사건의 이슈는 개인의 권리 또는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주(州)가 혼인 제도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중혼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남성의 불평등을 기초로 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에게 정신적 상처와 더불어 서자로서의 차별을 받게 하는 등 수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한다. 한편, 위 Lawrence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내었던 스칼리아 대법관은 "다수의견은 향후 비도덕적이고, 수인(受忍)이 불가능한 성행위를 통제하고자 하는 모든 법에 대해서 그 위헌성에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깊은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른 것, 다양한 것에 열려 있는 사회가 진정 세련되고 너그러운 사회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열려 있음의 한계, 다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법은 그 어디 만큼에 어떤 모습으로 서있어야 하는 것일까.

    최근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