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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인권재판소 판례 변경-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오두진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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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은 국내 법원에서 인권 이슈로는 가장 많이 심리되는 문제다. 연간 600~700건의 병역법 위반 사건이 다루어지고, 한국전쟁 이후 그 누적 통계는 1만 6,000명을 넘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인간의 권리인가' 그리고 '국가는 이 권리를 제한하는 한계를 지키고 있는가'이다. 전자의 권리성 인정 문제는 후자인 제한의 한계 심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01년 사회적으로 처음 공론화된 이후, 2004년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 결정이 있었고, 2007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권리의 근거로 주장해 온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 International Convention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이하 자유권규약) 제18조에 대한 해석을 내린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 있었으며, 작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두 번째 결정이 있었다. 각 판결 및 결정은 이전에 비해 조금씩 발전된 모습을 보였으나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성을 인정하는 국제인권법의 표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국제인권규범

    가.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 및 권고

    유엔인권위원회(UN Commission on Human Rights)는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 대하여 이들의 신념의 성질을 차별하지 말고, 징벌적인 성격을 띠지 않는 대체복무제를 실시하라고 권고하면서,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투옥하지 않도록 하는 조처를 취할 것을 거듭거듭 권고하였다. 대한민국은 1990년 자유권규약에 가입한 이후 1993년의 결의로 시작하여 6차례의 결의에 참여하였고, 한 번도 집요한 반대자(the persistent objector)의 입장을 취한 바 없다.

    나.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견해

    자유권규약 가입국의 규약 준수 및 이행의 여부를 감독하고 자유권규약 선택의정서에 따른 개인청원을 검토하여 당사국에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는 일반논평 제22호를 통하여 규약 제18조로부터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도출된다고 해석한바 있다:더 나아가, 자유권규약위원회는 2006년 동 위원회로 개인청원을 제출한 양심적 병역거부자 윤여범, 최명진에 대한 결정을 통해 대한민국이 규약 제18조에 보장된 이들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확인은 2010년 11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개인청원 사건 결정에서 반복된다.

    2011. 3. 23. 자유권규약위원회는 100명이 제기한 개인청원 사건에 대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의 권리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한다. 따라서 위원회는 지난 2006년과 2010년에 '제한의 필요성'(과잉금지의 원칙)을 규정한 규약 제18조 제3항을 검토한 것과는 달리 이러한 검토 없이 바로 대한민국의 규약 위반을 선언하였다: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로부터 도출된다. 누구든지 자신의 양심 또는 신앙과 조화되지 않는 경우 군복무의 면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 그러한 권리는 강제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안된다" (7.3항)

    다. 국제인권법상 권리성의 확인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는 이제 국제인권규범 자체에 명시적으로 권리로 규정되거나 법원이 적극적 법률 해석을 통해 권리성을 인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앞서 살핀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이나 개인청원 사건에 대한 견해가 미친 영향이 있다. 뒤에서 소개할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판례의 변경 이유 가운데 자유권규약위원회의 일반논평 제22호와 윤여범 최명진이 제기한 개인청원 사건에 대한 견해를 인용한다.

    최근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 의해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을 가지게 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the EU Charter of Fundamental Rights)은 명문으로 병역을 거부할 '권리'를 인정한다. 동 헌장은 유럽인권협약과 각 회원국의 헌법 전통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제정된 것이다. 이로써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구속력 있는 국제법이 되었다.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의 판례 변경

    가. 2011. 7. 7. 대재판부 판례 변경

    근래 일어난 국제인권법상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유럽 47개국을 관할하는 프랑스 소재 유럽인권재판소가 대재판부의 판결을 통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2011. 7. 7. 대재판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한 아르메니아에 대한 사건에서 16대 1 평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행위가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유럽인권협약(the European Convention of Human Rights) 제9조로부터 보호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점과 관련하여 본 재판소는 제9조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병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군 복무라는 의무와 양심 또는 당사자의 내면 깊숙이 자리잡은 종교적 또는 그 밖의 신념이 심각한 충돌을 일으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될 경우, 제9조에 보장된 권리를 고려하기에 충분한 타당성, 심각성, 밀접성, 중요성을 가지는 확신 또는 신념이라 볼 수 있다"(110항)

    매우 흥미롭게도 위 대재판부 판결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해석을 판례 변경의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고 있다. 그간 재판소는 '대체복무를 강제노역으로 보지 않는 협약의 강제노역금지 조항을 고려해 보면 양심적 병역거부가 협약의 양심의 자유 조항으로부터 당연한 권리로서 도출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해석을 해왔다. 이는 우리 대법원이 2007년 자유권규약에 대한 소극적 판단을 내릴 당시 (대법원 2007.12.27. 선고 2007도7941 판결)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는 주된 논리이다. 그러나 재판소는 이전 태도의 변경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가장 유의할 만한 것은 유럽인권협약(제4조 및 제9조)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자유권규약(제8조 및 제18조)에 대한 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의 해석이다. 처음에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유럽인권위원회와 동일한 입장을 취하여 자유권규약 제18조의 범위에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1993년에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일반논평 22호를 통해 입장을 변경하여, 살상용 무기를 사용해야 하는 의무는 양심의 자유와 종교나 신앙을 공표할 권리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제18조에서 파생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6년에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대상으로 제기된 2건의 청원을 고려할 때 자유권규약 제8조를 적용하는 것을 명백히 거부하고, 자유권규약 제18조에만 의거하여 두 사건을 검토했으며 양심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청원인에게 형을 선고한 것은 제18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정하였다."(105항)

    나. 후속 판결

    이러한 판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한 터키에 대한 2011. 11. 22 판결과 아르메니아에 대한 두 건의 2012. 1. 10 판결, 그리고 터키에 대한 같은 달 17일자 판결에서 반복되었다. 특히 2012. 1. 17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반복해서 기소하고 처벌한 것을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처벌"을 금지하는 유럽인권협약 제3조 위반으로 보았다.

    소개된 5건의 유럽인권재판소 판결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처벌한 국가- 아르메니아 및 터키에게 배상을 명령하였다. 제공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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