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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가정문제정보센터(FPIC) 방문기

    김윤정 판사(서울가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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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2명이 하나의 후견 업무 담당… 상호 보완·견제 인상적

    1. 소개에 들어가며

    일본의 가정문제정보센터(Family Problems Information Center:FPIC)는 가정법원이 맡고 있는 업무의 대부분, 즉 가정분쟁의 조정부터 비행소년의 지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익사단법인이다. 일본 내 가정재판소 등에서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해 온 전직 가정재판소 조사관들, 재판소 소속 전·현직 조정위원들이 풍부한 직무상 경험, 인간관계의 전문지식 등을 활용하여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과 소년을 위한 여러 가지 후견적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FPIC은 1993년에 설립되었지만, 그 설립의 기원은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가정재판소와 그 생애를 함께 하였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故 노다 아이코(野田愛子) 판사의 제안으로, 퇴직한 가사조사관들의 경험, 전문지식, 기술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목적에서 1987년 동경패밀리카운셀러협회(TFCA)가 설립되기에 이르렀고, TFCA는 1993년 그 형태를 사단법인 형태로 바꾸어 활동하게 되었는데, 그 사단법인이 지금의 FPIC이다. 여성으로서 최초로 고등재판소장관으로 임명되기도 하였던 노다 아이코 판사는 가사사건의 실무,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며 선진국에서 가정문제를 지원하는 사회적 시스템, 네트워크에 주목하여 연구를 시작하였고, 그 연구의 결정체가 바로 FPIC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사건전문법관으로서 3년간 근무해왔던 필자로서는 '사법기관과 재판당사자들을 잇는 가교역할을 담당한다고 하는 FPIC은 과연 어떤 곳일까'하는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FPIC을 방문하게 되었다.

    2. FPIC이 하는 일

    FPIC의 시설은 근무하는 인원에 비하여 그렇게 크거나 화려하지는 아니하였다. 일본의 여느 회사나 정부기관과 다를 바 없는 책상배치와 근무 분위기, 또 어떻게 보면 작은 법원과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FPIC은 동경 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각 지역에 여러 지부를 두고 있는데, 각 지부에 상담실이 설치되어 있어 아직 재판의 단계까지 가지 아니한 부부간 갈등의 조정, 이혼 이후에 남은 부부의 문제나 자녀를 둘러싼 문제, 따돌림 등으로 인한 양육 문제, 히키코모리(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하며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현상을 일컫는 일본어)가 된 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 노부모를 둘러싼 형제간의 고민, 직장의 인간관계, 남녀관계의 트러블에 이르기까지 삶의 거의 모든 단계, 모습에 있어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고민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었다.

    필자가 FPIC을 방문할 당시, 마침 이혼한 후 아이를 키우지 아니하는 어머니와 아이의 면접교섭이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면접교섭 후 그 어머니는 경험이 풍부한 전직 가사조사관으로부터 면접교섭이나 자녀와의 관계에 관한 상담, 충고를 받고 있었다.

    면접교섭과 관련하여 이루어지는 지원은 아주 다양하였다. 아이가 면접교섭시 불안감을 느낄 때는 부모 이외에 제3의 원조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부모를 대신하여 면접교섭 일정이나 장소나 방법을 조정하여 주기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또한 FPIC은 '재판외 분쟁해결절차의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거하여 조정절차(ADR)에 있어서 조정인으로서의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 사회 내 분쟁을 해결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었다.

    3. 성년후견제도와 FPIC

    필자는 내년에 시행되는 성년후견제도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성년후견제도에 있어서 FPIC의 역할이 궁금하였다.

    먼저 성년후견제도는 정신상의 장해 등으로 판단능력이 충분하지 아니한 사람들의 복지와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또 건강한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서 되도록 피후견인(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든지 오래된 일본으로서는 성년후견제도의 역사가 10년이 넘고, 그 수요도 상당한 편인데, 성년후견사건 중 후견인을 선임하기 까다로운 사건이나 피후견인의 자력이 부족하여 선뜻 누구도 맡지 않으려고 하는 사건을 주로 FPIC이 담당하고 있으며, FPIC이 법인후견인으로서 선임되는 형태 또는 FPIC의 담당자 개인이 후견인으로 선임되는 형태로 성년후견인으로서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특히 FPIC이 법인후견인으로 선임된 경우는 후견인의 부정으로 인하여 재산이 일탈될 우려가 있는 것에 대비하여 2명의 담당자가 하나의 사건에 있어 후견업무를 담당하도록 하여 상호 보완·견제하도록 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업무의 청렴성 측면 이외에도 담당자들은 가정재판소에서 성년후견업무를 장기간 담당하여 온 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성도 담보된다.

    FPIC 담당자의 배려로 실제로 담당하는 성년후견사건의 사건파일을 볼 수 있었는데, 법원에서와 같이 체계적으로 기록을 만들어 관리하면서 지속적으로 피후견인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성년후견 사건은 피후견인의 사망시까지 대부분 후견을 필요로 하므로, 계속적으로 사건이 누적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데, 이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해서는 FPIC 담당자들처럼 장기간의 근무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PIC은 성년후견인으로서의 업무 이외에도 성년후견제도의 이용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검토해주거나 조언해주는 업무도 담당한다.

    4. 맺는 말

    사법기관이 만나게 되는 가정의 갈등, 소년의 문제는 이미 불거질 대로 불거진 이후에 만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를 미리 예방하고, 완충할 수 있는, 중간적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필자가 방문한 FPIC이 바로 일본 사회 내에서 그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갈등의 예방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재판이 끝나고 난 이후의 이혼 가정에 필요한 조언이나 사후 케어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사건이 접수되고 나서부터 확정되기까지의 시간에 한하여 후견적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법기관의 한계를 보완하여 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 문제의 시작은 평화롭지 않은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고립되는 자아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가정법원 그리고 FPIC과 같은 단체의 책임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고, FPIC의 담당자들 또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업무에 전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직생활에서 쌓인 실무적 경험,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에서 나온 식견이 사회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고, 그러한 시스템이 점차적으로 다양화될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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